인사청문회서 주식시장 수용 여건 미흡 언급···“금투세 도입시 증권거래세 폐지”
종부세·임대차3법 폐지 속도조절 비쳐···“지출구조조정, 현정부 정책 타깃 아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주식 양도 차익에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유예하고 증권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2일 밝혔다. 서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경우 방관하지 않겠단 입장도 내놓았다.
추 후보자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내년부터 과세 예정인 금투세와 증권거래세에 대한 질의에 “현재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주식시장에 좀 더 생산적 자금들이 들어와야 할 필요성, 투자자나 시장 수용성은 아직까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금투세 시행을 2년 정도 유예할 필요가 있다. 증권 거래세도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에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할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금투세와 증권거래세 과세가 이중과세란 주장에 대해선 “금투세가 들어오면 증권거래세는 정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가상자산에 관해선 “현재 거래의 투명성 안정성 확보, 투자자 보호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법제 정비가 필요해 제도가 마련된 뒤 과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2020년 세법개정을 통해 마련된 세제로 내년부터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이 일정 수준(주식 연 5000만원, 나머지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과세한다. 이에 주식시장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고 일정 수준의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종부세 폐기 당장 어려워···LTV 완화, DSR 유지”
부동산 정책 관련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 후보자는 종부세 개편 관련 질문에 “재산세와 통합 문제는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도 “단기간에 할 문제는 아니고 충분한 용역 하에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현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를 활용한 측면은 충분히 이해하나 좀 과도했다”며 “정상화가 필요하고 거기엔 양도세, 종부세 문제들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대차3법에 대해선 “태어나선 안 될 제도지만 시행 2년이 지났고 제도에 순응해 있는 국민들도 많다”며 “한꺼번에 제도를 다시 돌리면 또 시장 혼란이 있을 수 있기에 상황을 봐가며 보완 대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출 규제 관련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유지를 시사했다. 추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지금 LTV 규제는 좀 과도하다”며 “일정 부분 부동산 금융 규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지만, 시장 민감성을 고려해 설사 원 상황으로 돌리더라도 질서 있게 순차적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DSR 제도 유지는 필요하다”며 “제도 초기라 DSR를 산정할 때 젊은 세대나 미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내 집을 마련하거나 청년들이 금융을 이용해 미래를 열어가는 물꼬가 트인다”고 덧붙였다.
◇“지출구조조정, 한국형 뉴딜 등 文정부 정책 타깃 아냐”
차기 정부는 재정지출 관련,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기재부에서 지출구조조정 대상 사업 중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 사업이 대폭 포함됐단 지적에 추 후보자는 “지출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정부에서 잘 한 건 그대로 가야 한다”며 “작업을 하면서 특정 정부 역점사업이니 깎잔 식으론 절대 접근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후보자는 “재정은 국민 혈세, 국가 최후 보루이기에 평소에 건전하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래 대비, 위기 대응도 가능하다. 국민들 어려울 때 재정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 일자리 안정기금 운용 방향에 대해선 “일자리 안정자금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보완해주는 장치인데 4~5년 지나며 수명이 다했다고 본다. 재정집행을 할 때 좀 더 신경을 많이 쓰는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선 “소득이 높아지면 그 힘으로 성장이 이뤄지고 선순환되지 않겠냔 얘기인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처음 강하게 추진했던 정책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나와 비판 지점이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가계소득은 늘리고 필수 생계비는 줄여주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각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잔 정책 기조가 틀렸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추 후보자는 “취약계층 지원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은 새 정부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문제는 갑자기 소득이 어디에서 나오느냐인데 소득을 높여야 한단 취지 자체에 비판적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환율 불안 방치할 순 없어···물가 불안 당분간 지속”
최근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물가와 환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 추 후보자는 “시장이 과도하게 변동성이 심할 때는 외환 당국자로서 방치할 순 없다”며 “다만 기본적으로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선 “최근 물가 불안은 그동안 광범위하게 전세계에 퍼져있던 유동성, 저금리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고, 최근엔 국제유가, 고물, 원자재 상승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4.1% 추세가 조금 더 심화되는 정도의 물가 불안 양상이 당분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서민 물가 안정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정년연장과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해선 직무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고령자들이 더 많은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문제인식을 같이 한다”며 “결국 직무나 능력 성과에 상응한 임금 체계가 되면 고령이 되더라도 걱정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수석 등에 전직 기재부 관료를 내정한 것을 두고 견제받지 않는 역대 최악의 모피아 전성시대가 열릴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추 후보자는 “그런 오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중앙정부, 지자체 대부분 관료들이 기재부를 두려워한단 주장엔 “예산은 전부 따고 싶어 하는데 곳간 지키는 사람은 엄격히 하니 그런 얘기들이 많을 것”이라며 “일부는 소통 과정에서 배려가 부족한 것도 있을 텐데 좀 더 좋은 평가 소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