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1분기 영업익 급감···2026년 목표 매출 10조원→4조원 하향 조정
롯데와의 시너지 효과도 불투명···의왕 리빙전문관에 한샘 입점 계획 없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한샘이 최근 경영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원부자재 값 상승 영향으로 가구업계 실적이 악화하고 있지만 한샘은 영업이익 급감에 이어 목표 매출까지 내렸다. 한샘은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전망도 밝지 않아 한샘의 반등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1월 초 IMM PE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한샘의 올 1분기 매출은 5259억5400만원, 영업이익 100억2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60.2% 하락했다.
한샘 측은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진 주택매매거래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비롯한 매크로 환경의 악화로 전사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물론 LX하우시스도 올 1분기 매출액 8614억2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9억3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급감했다.
관건은 한샘이 발표한 경영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지다. 한샘은 최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국내외 주요증권사 대상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고 중기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IMM PE가 1월초 한샘 경영권을 인수한 후 내놓은 첫 경영 청사진이다.
IMM PE에 인수되기 전까지 회장을 맡았던 강승수 한샘 고문은 2027년까지 연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취임한 김진태 대표진행임원은 한샘 목표 매출을 기존 목표보다 절반 이하인 4조원으로 낮췄다.
현재 한샘은 ▲홈리모델링(9000억원) ▲홈퍼니싱(7000억원) ▲B2B(5000억원) ▲자회사 넥서스·도무스(2000억원) 등으로 지난해 기준 2조3000억원가량의 매출을 형성하고 있다. 한샘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없는 유통, 물류, 시공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IT와 온라인 기능을 고도화하면 경쟁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 오늘의집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의집을 서비스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최근 1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한샘의 시가총액도 현재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한샘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샘의 실적 하락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샘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14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한샘 주가는 2일 기준 7만1800원대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도 한샘의 실적 부진에 목표주가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감소한 상황이라 2분기 한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샘이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전망도 밝지 않다고 분석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한샘의 전략적 투자자로 3095억원을 투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한샘 지분투자에 나선 만큼 롯데가 한샘을 품으며 다양한 사업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롯데백화점, 창고형 마트 맥스 등에 입점해 매장을 확대하거나 엘포인트 제휴에 그친 상태다. 한샘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롯데몰·롯데마트 등에 한샘 신규 입점한 매장수는 13개정도고, 올해는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한 곳에 추가로 한샘 매장을 오픈했다.
아울러 한샘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롯데 리빙전문관에 매장 입점 계획이 없다. 롯데는 의왕시 프리미엄 아웃렛 타임빌라스 인근 부지에 대규모 리빙전문관 ‘메종 의왕’(가칭) 공사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 들어설 롯데쇼핑 리빙전문관의 핵심 브랜드는 한샘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한샘 측은 아직까지 입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흐름이 지속되면 IMM PE 입장에서도 한샘의 부진은 곧 인수 실패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며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한샘 매장이 확대되면 인력, 설비투자 등도 발생해 실적 개선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최근 주택 매매시장이 경직됐었다는 점은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한샘이 세운 전략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