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40년’ 주담대 이어 ‘만기 10년’ 신용대출 상품 등장
신한·우리은행도 장기대출 상품 출시 준비중
장기대출 상품으로 DSR 규제 우회···대출 한도 확대 효과
“만기 길수록 이자 부담 커…대출 수요 확대 장담할 수 없어”

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시중은행들이 장기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제도(DSR) 규제 완화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유력시되자 장기 대출 상품으로 규제를 우회해 대출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대출이라는 우회로가 실질적인 대출 수요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분할상환 방식의 일반 신용대출 만기를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이달 중 기존 3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 하나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존 5년 만기의 신용대출 만기를 10년으로 늘린 장기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외 여타 시중은행들도 장기 대출 상품 준비에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할 예정이며 10년 만기 분할상환 신용대출 상품도 출시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을 기존 35년 만기에서 40년 만기로 연장하는 방안과 함께 만기 10년짜리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퉈 장기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나선 배경에는 가계대출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2조1983억원으로 3월 말 대비 9954억원 감소했다. 지난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 3월(-2조7436억원)에 이어 4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은 규모는 넉 달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아울러 차기 정부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DSR은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원금+이자)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현재 총대출 규모가 2억원을 넘는 대출자는 DSR 40% 규제를 받기 때문에 연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겨서는 안 된다. 오는 7월부터는 DSR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총대출이 1억원만 넘어도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이에 은행들은 장기 대출 상품을 통해 DSR 규제 우회로를 마련해 대출 수요 감소 방어에 나선 것이다.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들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고 DSR이 낮아지면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기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매년 내는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며 “실수요자들의 월 상환액 부담이 줄어들면서 DSR 규제 적용으로부터 여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 대출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기가 긴 상품을 이용하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대출 상품의 만기가 길수록 이자가 더 높다”며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간에 걸쳐 분할상환이 가능하다고 해서 대출을 무조건 받으려는 수요가 생겨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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