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 인터뷰
“비대면 진료·약 배송 필요성엔 공감···지금 제도는 피해 부작용 사례 많아”
“현 제도 전면 폐지해야···처음부터 다시 논의해 환자들의 안전 보장돼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달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대한약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약배송 등 비대면 진료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합법화 논의가 사실상 새 정부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약사회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약국들의 혼란이 가중되던 지난달 15일 대한약사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했다. 약사회는 우선 비대면 진료 법제화 등 눈 앞에 닥친 현안 해결을 위해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최광훈 회장과 함께 선임된 조양연 부회장과 비대면 진료에 대한 약사회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인수위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에 대한약사회는 비대위를 구성해 반대시위로 맞불을 놓고 있다. 비대면 진료도, 약 배송도 반대하고 있는데, 약사회가 반대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정확하게 약사회는 비대면 처방전 전달 및 비대면 약 배송을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면 비대면 처방과 약 배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지난달 21일 약사회 공식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 진료 법제화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코로나19 국가재난 사태에서 체계 없이 한시 허용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금의 비대면 진료 제도는 전면 폐지하고, 다시 원점에서 체계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비대면 진료를 받은 국민은 1000만명을 초과해, 현재 국민 5명 중 1명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비대면 진료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그동안의 비대면 진료 건수가 모두 약 배송으로 이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비대면 약 배송과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선 비대면 진료가 편리할 수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지 않아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후관리 부실 이유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환자가 받는 피해가 막대하다. 비대면 진료 시 처방전이 약국에 팩스로 전달되는데, 이때 개인정보보호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및 위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약 성분의 유통기한이나 환자 증상에 따라 조제약을 즉각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 배송이 3~4일 걸리는 사례도 있더라. 배송 절차 오류로 환자의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수 있다. 비대면 약 배송의 품질관리 시스템도 불명확해 약 오배송 시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잘못 복용할 가능성도 아주 높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 서비스인 만큼,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는데, 해당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한 비대면 약 배송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
비대면 약 배송 허용으로 약국이 입는 피해는 무엇인가
약국이 입는 피해도 상당하다. 비대면상에서 처방전이 복수의 약국에 이중 접수돼 환자 한 명에게 배송될 약이 여러 곳에서 제조되는 경우도 있다. 약국은 처방전 접수 오류로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손해를 입는 셈이다.
또,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나타난 심각한 문제인 중 하나가 조제만 하는 ‘배달전문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거다. 이들은 조제만 하면 되니까 환자와 인접한 동네가 아니라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외곽으로 간다. 이들이 비대면 약 배송을 선점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 위치해 있는 지역 약국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약국은 약 조제뿐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 상담, 일반의약품 및 건강관리제품 판매 역할도 한다. 결국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전문 의원은 위법이라고 보고 있는데, 배달전문약국에 대한 판단에도 서둘러주길 바란다.
더 많은 비대면 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의 상위 노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약국마다 플랫폼 광고비 지출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약사회와 함께 비대면 진료를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입장을 선회해, 현재 비대면 진료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약사회 단독으로 반대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
의협의 입장 변화로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와 조제 약 배송은 엄연히 다른 영역의 다른 이슈인 만큼, 약사회는 의협 입장과 다르게 갈 수도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의협과 크게 대비되는 상황은 피하고자 한다. 오는 4일 발족을 앞두고 있는 복지부 주도의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의협, 병협(대한병원협회)과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닥터나우 등 플랫폼 제휴 약국을 징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 반대를 위해 약사회 내부에 꾸린 TF에서 자체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조제약 배송 부분은 약사법상 불법성이 다분해 징계가 가능하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 징계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약사회가 갖고 있는 자율징계권 행사 시 회원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데, 약사회 차원에서 복지부에 징계 요청을 하게 되면, 영업 및 자격 정지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기존 플랫폼의 대안으로 제시된 약사회 주도 공공플랫폼 구축은 추진되고 있나
약사회 내부에서 일부 회원들이 공공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 국민 여론에도 민감한 부분이고, 민간 플랫폼들과의 갈등 구도도 공고화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대응 계획은 무엇인가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 소속돼 복지부, 의협, 플랫폼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세부적인 입장을 공유하고, 환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방법을 면밀히 논의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