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타버스 투자 ETF 최근 한 달 평균 15%가까이 내려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 성장주에 대한 투심 악화 영향
‘당분간 성장주 투심회복 쉽지 않아’···‘메가트렌드 싸게 살 기회’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난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연결된 가상세계) 테마 ETF(상장지수펀드)가 최근 들어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른 성장주 투심 악화가 ETF 성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주 위주의 증시 분위기 속에서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시대를 관통하는 메가트렌드라는 점에서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있어 주목된다. 

2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에 투자하는 ETF 4종(HANARO Fn K-메타버스MZ·KBSTAR iSelect메타버스·TIGER Fn메타버스·KODEX K-메타버스액티브)의 최근 한 달 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4.6%였다. 코스피가 이 기간 -1.84% 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이는 그만큼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들 ETF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던 까닭이었다.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메타버스 ETF 4종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했고 지난해 10월 13일 출시 이후 한 달 간 평균 23% 넘게 상승하며 이른바 대세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국내 메타버스 ETF 인기에 뒤이어 출시된 글로벌 메타버스 ETF 역시 최근 들어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메타버스나스닥액티브’는 최근 한 달 기준 -10.85%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밖에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10.53%), ‘KINDEX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10.14%),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8.75%), ‘KBSTAR 글로벌메타버스Moorgate’(-8.41%)도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메타버스 ETF가 부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대외 환경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메타버스 관련주들은 성장·기술주와 관련도가 높은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 우려가 성장·기술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대다수가 미국 나스닥 종목 위주여서 사실상 성장·기술주와 한배를 타고 있다.  

여기에 국내 메타버스 ETF의 경우 대체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많이 담고 있는데 이들 종목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HANARO Fn K-메타버스MZ의 경우 구성종목 상위 10개 종목에 넷마블(비중 10.06%), 엔씨소프트(7.77%), 펄어비스(7.24%) 등 게임주가 포함 돼 있는데 이들 종목은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13%, 7.7%, 32% 하락했다. 또 이 ETF에는 하이브(9.77%)와 에스엠(7.25%) 등 엔터테인먼트주도 비중있게 담겨있는데 이들 종목도 최근 각각 15.7%, 10% 떨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여전하다는 측면에서 메타버스 ETF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중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시장에선 오는 6월 0.75%포인트 추가 인상(자이언트스텝)까지 언급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는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면서 PER(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종목은 투자 심리가 냉각되고 실적을 내는 개별 종목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으로 실질적인 실적을 내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서는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이들 종목을 아우르는 ETF의 상승 역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메타버스 투심 악화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메타버스는 ‘위드 코로나19’ 속에서도 유효한 메가트렌드라는 까닭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빅테크 업종 모두 최근까지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상황에서도 메타버스의 시장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향후 성장할 메타버스 시대를 기대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소 식은 현 상황을 이용해 역발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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