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출 놓고 여야 공방
민주당, 일왕 생일잔치·칼럼 지적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일왕 생일 축하연 참석 등을 놓고 ‘친일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여야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에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 청문회 시작부터 파행을 빚기도 했다.
2일 여야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박보균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료제출 문제를 놓고 1시간 동안 맞붙었다.
문체위 간사인 박정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너무 불성실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연기된 바 있다”며 “그런데 인사청문회 당일까지 개선된 바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녀가 사실혼이란 이유로 재산 내역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불충분한 자료로 대체했다”며 “박 후보자는 ‘인사혁신처에서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장관 후보자의 재산 공개는 인사처가 법리 검토나 유권 해석을 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 자료 제출 놓고 청문회 한시간만에 파행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딸의 결혼식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있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아직 내지 않고 있다”며 “두 딸의 삼성 장학생 의혹이 있어 입사 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았다. 장녀의 해외 체류신고, 해외 이주 신고, 재외국민 등록서류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의 계좌통장 거래 내역, 한양대 특임교수 지원서 및 추천서, 학사 과정, 학적부 등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딸이 울고 있으니 자료제출 요구를 그만하라고 한다. 자신이 없으면, 자료를 내지 못할 거면 장관을 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 역시 “인사청문회법에 의하면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은 반드시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하도록 했다”며 “(후보자는) 법 자체를 위반한 것이고, 제출한 자료마저도 국세청과 서울시 등을 통해 확인한 세금 납부 내역 자료와 불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의 유정주·이병훈·전용기 의원도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 부실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승수 의원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여야가 바뀐 것을 실감한다”며 “요청 자료에 부모의 사망사유와 일시 등도 있어 청문회에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녀 결혼식과 관련해서 하객과 관련된 자료, 초청 문자 등을 일부 제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조작됐다며 계속해서 자료를 요구 하고있다”며 “자녀 취업 및 성과 평가와 관련된 자료들은 개인 정보이자 회사의 비밀 정보”라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후보자의 도덕성, 업무수행 능력 등을 검증하는 것이 인사청문회”라며 “위원장이 자료 제출을 오후까지 해줄 것을 요구하고, 청문회는 일단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용 의원도 “자료 제출이 미비해도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채익 위원장은 오전 11시쯤 청문회를 10분간 정회했다가 오전 회의를 속개했다.
◇ 민주당, 일왕 생일잔치 참석 등 ‘친일 논란’ 비판
이어진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친일 논란’에 집중 공세를 폈다. 박 후보자가 2013년 일왕의 생일 축하연에 참석한 사실을 놓고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
전용기 의원은 “일본 대사관에서 얘기하기를 일왕 생일잔치에는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는데 초대를 받지 않고 어떻게 참석할 수 있나”라며 “일왕 생일에 본인을 비판하는 기자를 초대하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초대장을 받지 않고 들어갔다. 기자 정신에 충실해서 간 것”이라며 “이후 아베정권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형 르포 기사를 썼다. 그게 증거다. 기자가 초대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가 왜 중요하나”고 반문했다.
박 후보자가 중앙일보 재직 당시 일본에 우호적인 칼럼을 쓴 사실도 도마위에 올랐다. 박 후보자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전략적 아쉬움이 남는다’는 칼럼을 쓴 배경에 대해 “독도가 우리 땅이란 걸 정치적으로 과시하는 건 전략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의원이 “장관이 되면 문체위원들과 독도에 가겠나”는 질문에 “독도에 가겠다”고 답했다.
유정주 의원도 “일본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친일과 반일을 뛰어넘어서 일본을 알고, 일본을 극복하자는 ‘지일’과 ‘극일’을 강조했다”면서 “비분강개에 멈추지 말고 일본을 알자라는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답했다.
임오경 의원은 “아시아 침략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준법정신이 높단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것만 본다면 국적이 의심스럽다”면서 “문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아닌 일본 내각 문무성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자는 일본에 대해 역사적 자극제라고 묘사하는 등 그릇된 역사 의식을 갖고 있다. 이런 편향된 시각으로 문화적 가치를 드높여야 할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지 우려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오전 마지막 질의에 나선 정청래 의원은 박 후보자가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한 칼럼을 읽으며 “하늘을 우러러 본인은 한 점 부끄럼이 없나”며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본인의 눈에는 피눈물 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한번 되돌아보겠다. 나는 떳떳하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