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 곳에 이어 올해 다섯 곳 지역거점 사옥 팔아
작년 170억원 손해 봤지만 킥스 대비 위해 추가 처분
손실 규모 크면 '발등의 불' RBC관리 더 어려워질 수도

KB손해보험 서울 강남 본사 전경 / 사진=KB손해보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손해보험이 최근 지역사옥 5곳을 추가로 매각하면서 이에 따른 손실 발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B손보는 지난해 지역거점 세 곳을 처분하면서 약 170억원의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번 사옥 정리에서도 손실을 보거나 그 규모가 크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행 지급여력비율(RBC) 관리에 더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보는 국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스타로드자산운용과 서울 합정빌딩과 경기 구리빌딩 및 수원빌딩, 대구빌딩, 경북 구미빌딩 등 5개의 건물을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KB손보에 따르면 이번 매각으로 약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말부터 사옥매각에 나섰다. 11개 지역 거점을 모두 다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작년 11월, 12월에 천안, 제주 및 부산사옥을 매각했고 약 920억원의 현금을 얻었다. 올해 매각한 건물을 포함하면 11개 중 7곳을 매각해 총 6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 셈이다. 

그런데 KB손보는 작년 세 곳의 지역거점을 처분하면서 169억원의 영업외손실(손상차손)을 입었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기업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할 때 가격(순공정가치)이 장부가치보다 적으면 손실로 인식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손해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KB손보는 그룹 계열사인 KB자산운용과 계약을 맺고 사옥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매각 자산 대부분이 지방에 자리하고 있어 결국 계약을 마무리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매각 대상 자산운용사도 KB자산운용이 아닌 스타로드자산운용으로 바뀌었다. 

KB손보가 손실을 감수하고도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내년에 도입될 킥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킥스 아래선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자본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현행 자본건전성 지표(RBC) 아래선 부동산을 보유하면 업무용도는 위험계수 6%, 투자용도는 위험계수 9%를 적용해 요구자본을 산출한다. 하지만 K-ICS가 적용되면 위험계수는 일괄 25%로 올라간다. 부동산 보유에 따라 쌓아야할 자기자본 규모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자료=KB손해보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지만 손실을 보면서도 사옥을 매각하면 당장 현재 제도인 RBC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을 팔면 요구자본 감소로 인해 RBC가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처분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면 당기순익이 감소해 개선 폭이 감소할 수 있다. 손실 규모가 크면 RBC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KB손보는 최근 RBC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올해 1분기 RBC는 162.3%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7.1%포인트 급락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평가손실이 불어난 탓이다. 올 1분기 발생한 채권(기타포괄손익, 연결기준) 평가손실은 3526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손실(2979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채권 손실이 불어나자 지난해 2분기 약 3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 효과도 사라졌다. 당시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KB손보의 RBC는 1분기 말 163.3%에서 179.5%로 오른 바 있다. 올해 들어 다시 160%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RBC 개선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이기에 부동산 매각으로 추가 손실을 입으면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은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채권 평가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KB손보는 이자비용 부담 증가를 감수하고도 추가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으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의 발행금리가 크게 올랐다. 

반면 부동산 매각으로 인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에 매각한 사옥 중 세 곳(서울 합정, 경기 구리·수원)은 수도권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시세 차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기는 다르지만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1분기 서울 본사를 매각해 544억원의 이익을 봤다. 

KB손보 관계자는 “아직 사옥 매각 결과를 공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회계 처리도 다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사옥 매각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료=KB손해보험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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