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브랜드‘ 프라힐스’ 론칭
“민간건설 주택사업 적극 추진”
지난해 14년 만에 적자 벗어나
건설 부문, 주택사업 속속 성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남북경협 아이콘’ 현대아산이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하며 국내 주택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지난해 1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견인한 건설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북사업이 막힌 후 꺼져가던 현대아산을 재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새로운 주택 브랜드 ‘프라힐스’(PRAHILLS)를 론칭했다. 프라힐스는 Prime(최고)와 Hills(정상)의 합성어다. 프라힐스를 통해 국내 주택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아산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건설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프라힐스 론칭을 통해 민간건설 주택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며 “택지 개발, 도로 등 공공부문과 업무시설, 상업시설, 물류시설 등 다양한 건축공사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이 건설사업에 뛰어든 건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여의치 않은 영향이 크다. 당초 현대아산은 남북 경협 전문기업으로 1999년 설립됐다. 2000년 북한과 합의해 30년간 전력·통신·철도·금강산 수자원 등 7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권리와 50년간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한 토지 이용권과 관광·개발사업권을 취득하면서 남북 경협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권을 취득하는 대가로 북한에 5800억원을 지불하고 시설투자비도 2300억원 가량 투입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을 계기로 관광 사업을 포함한 남북 경협 사업이 모두 중단됐다. 투자비 회수는 물론 사업 재개도 불투명해졌다.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7년만 해도 현대아산 영업이익은 19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들어서면서 만성적자를 이어갔다.
현대아산은 이 시기를 버텨줄 성장 동력으로 건설사업을 선택했다. 개성공단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화성동탄 택지 개발사업,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개발사업, 안성 제4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등 택지·단지 조성 분야에 참여했다. 2013년엔 자체 건설 브랜드인 ‘빌앤더스’를 선보이며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건설사업 비중은 2007년 51.9%에서 지난해 87.7%까지 확대됐다.
건설사업은 매출 확대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정작 수익성 회복엔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현대아산은 2008년 국내 건설 프로젝트를 1159억원 수주한 이후 매년 수백억원씩 건설사업을 따냈다. 하지만 건설사업 부문은 2019년까지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20년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이 2억원대에 불과했다.
건설사업이 빛을 발한 건 지난해부터다. 관광경협 부문에서 8억원 손실을 냈지만 건설 부문이 59억원 이익을 내면서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14년 만에 적자의 늪에서 탈출한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영동대로 주거복합, 삼성동 현대위버포레 오피스텔 등의 건설을 완료한 것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선 주택을 중심으로 현대아산의 건설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현대아산은 서울 여의도와 반포동, 안양 호계동, 화성시 동탄지구 등에서 주거부문 건축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강산 중단 이후 14년이 넘었지만 남북 관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며 “다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남북 경협 사업 의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부문에서 가능성을 본 만큼 수익성 중심의 주택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