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 생존경쟁 심화···게임 스타트업 설 자리 부족
게임 스타트업들, 국내보다 수요 많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 돌려
콜드블레이·무모스튜디오 “해외서 K-게임 경쟁력 발휘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게임 산업이 크게 성장하자 최근 게임사 간 생존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규모 게임사들의 시장 점유는 어려워졌다. 이에 국내 게임 스타트업들은 설립 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게임 산업의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21.3% 오른 19조원에 달했다. 게임 제작 및 배급사 등 게임 산업 사업체 수도 꾸준히 늘어 1046개를 기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캡쳐
/ 자료=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대형 게임사들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전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으며, 넥슨, 넷마블 등 다른 대기업들도 높은 실적을 냈다.

양적으로 보면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활황을 맞았지만, 스타트업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게임 산업의 급팽창으로 마케팅 비용이 치솟았고, 한정적인 국내 수요는 대형 게임사들이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이들 스타트업은 국내를 넘어 더 큰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은 “시장 자체는 성장한 게 분명하지만, 대형 게임사와 인디 게임사 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고 본다”며 “국내 시장이 아무리 성장해도 수요에 한계가 있어서 대기업이 아니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9월 설립한 게임 스타트업 콜드블레이즈는 일찍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잡고 신작 개발에 몰두해왔다. 단 3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콜드블레이즈는 1년반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11일 첫 신작 ‘나의 영웅들(Here My Heroes)’을 정식 출시했다.

모바일게임 '나의 영웅들'을 출시한 콜드블레이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개발자 3명 중 한 명인 현정민 콜드블레이즈 대표는 “이번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나의 영웅들’은 캐주얼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로, 국내 시장에선 이미 포화상태인 장르인 만큼, 더 많은 수요가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출시를 준비해왔다”며 “한국, 독일, 프랑스를 포함해 45개국에서 1차 론칭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구글스토어 출시에 이어 하반기엔 애플 앱스토어(IOS)를 통해 미국, 일본, 호주 등 14개국에 공개된다. 언어도 총 12개국어가 적용됐다. 소규모 게임사로는 드물게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버가 사용된 ‘나의 영웅들’은 최근 아마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설립 이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에서 지원을 받아온 콜드블레이즈는 IOS 출시 전 시리즈A 유치도 준비 중이다. 현 대표는 “그동안은 저와 개발자 2명이 머리를 맞대고 게임 개발에만 몰두했지만, 이젠 마케팅에도 투자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선 ‘나의 영웅들’ 다운로드 50만 건을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비교적 생소한 장르의 게임 출시를 위해, 장르 확장이 제한적인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을 택한 스타트업도 있다.  

PC게임 '두비움' 출시를 준비 중인 무모스튜디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모바일게임 업체 네시삼십삼분에 ‘복싱스타‘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2019년 창업한 게임 스타트업 무모스튜디오는 올 4분기 서바이벌 마피아 게임(소셜 디덕션) 장르의 PC게임 ‘두비움(DUBIUM)’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요가 많은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해 글로벌 150개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한한령 이후 K-게임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중국은 출시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두비움'은 글로벌 온라인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제공된다. 

소셜 디덕션은 국내 시장에서 보기 힘든 게임 장르로, '마피아 게임'의 성격이 짙다. 현재 상용화된 게임으로는 '어몽어스'가 대표적이다. 게임 캐릭터들의 감정표현을 고도화해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다크 디즈니(어두운 느낌의 디즈니)'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무모스튜디오는 네시삼십삼분으로부터 유치한 시드 투자 10억원에 이어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올 하반기 ‘두비움’ 출시 전후에 맞춰 시리즈B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하웅 무모스튜디오 COO는 "'두비움'은 한국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장르인 만큼, 우선 글로벌 시장에 잘 안착하는 게 목표"라며 "한국판 '어몽어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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