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개선 두고 노사 갈등 장기화 불가피
노조 측, 조합원 의지 확인···"최악의 경우 파업도 불사"
KB손해보험 "추가 교섭 통해 합의점 찾을 것"

부결된 KB손해보험 노사(勞使) 임단협 최종협의안/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부결된 KB손해보험 노사(勞使) 임단협 최종협의안/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B손해보험 임금·단체협상 교섭안이 최종 부결되면서 향후 노사 간 협의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노사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직원 처우 개선이 올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취임 이후 실적 성장을 이끌어 성과를 입증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가 남은 임기 동안 경영 안정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 조합원 투표 결과 지난해 임단협 합의안이 부결됐다. 재적 인원 2336명 가운데 2196명(94%)이 투표에 참여했고 1377명(62.7%)이 반대해 최종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의견의 경우 37.3%에 불과해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의 2배 가까이 됐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앞서 KB손해보험 노사는 ▲기본급 1.5% 인상 ▲성과급 300% 지급 ▲임금피크제 정률제 도입 ▲노사 TFT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마련했다. 찬반투표를 통해 가결될 경우 잠정합의안에 명시한 내용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KB손해보험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18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해왔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수준에 이어 임금피크제, 신규 인원 채용 등에 이견을 보이며 기싸움 교섭을 이어왔지만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임단협이 부결되면서 합의는 마무리 짓지 못했다. 노조 측은 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며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 집행부는 정시 출퇴근을 시작으로 단체행동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일부 조합원들은 최악의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파업은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만이 누적돼 왔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은 직원 처우에 대한 불만이다. 부결된 이번 임단협 합의안에서도 기본급과 성과급에 대한 이견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향후 추가 교섭에서도 기본급과 성과급에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KB손해보험은 매년 노사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이 회사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고도 매년 성과급 문제를 두고 노사갈등을 빚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협상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추가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며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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