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천연가스·팜유 가격 급등에 관련 자원 보유한 상사 주가 상승
단순 트레이딩 넘어 자원 및 성장 산업 투자 회사로 변모 주목
“원자재 가격 하락 시 투심 악화 조심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던 종합상사가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트레이딩 수익 증가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진행된 각종 투자 사업이 부각된 까닭이다. 특히 석탄 및 천연가스, 팜오일 등 자원 개발 사업이 원자재 가격 급등세와 맞물려 실적 및 주가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 증시 불안 떨 때 주가 급등한 LX인터내셔널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의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이 가파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25일 장중 4만2500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3개월 전인 지난 1월 28일 장중 기록한 2만2300원 대비 90% 가량 급등한 수치다. 국내 증시가 이 기간 미국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이슈 탓에 흔들렸던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상승세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LX인터내셔널이 이 같은 주가 흐름을 보인 주요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주로 분류된 것과 관련이 깊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 석탄 광산(GAM 광산)과 팜 농장 3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에 석탄과 팜유 가격이 급등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제한으로 석탄 수요가 늘었고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 공급이 줄면서 대체재인 팜유의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실제 지난해 1분기 톤당 평균 42달러 수준이었던 인도네시아산 석탄 가격(ICI4)은 최근 82달러 수준을 보이며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산 팜유 가격(PTPN) 역시 톤당 700달러에서 1085달러로 1년 만에 약 1.5배 상승했다. 팜유의 경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내 공급 불안이 야기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까지 결정한 상태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9181억원, 영업이익 24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3.5%, 116.9%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LX인터내셔널 측은 석탄, 팜 등 자원 시황 상승 및 해운 운임 상승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된 점을 실적 증대 요인으로 꼽았다.

◇ 자원 개발 나섰던 종합상사,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주로 재조명 

다른 종합상사 역시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역시 종합상사의 전통적인 사업인 무역 트레이딩에서 벗어나 자원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실적 증대 기대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천연가스와 팜유 가격 상승 수혜주로 분류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호주 석유가스분야 5위인 세넥스에너지 인수를 마무리 지은 상태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수록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팜농장을 통해 팜유 생산에도 나서고 있어 팜유 가격 급등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에 긍정적이다.

이미 실적과 주가 역시 최근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전년 대비 70.2% 증가한 2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9조912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9.9% 증가했다. 이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3개월 동안 22% 넘게 상승했다. 

이밖에 GS글로벌과 삼성물산(상사부문)도 각각 석탄과 팜오일 가격 상승 수혜주로 거론된다. GS글로벌은 지난 2017년 GS에너지와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광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 발전소에 판매하는 석탄 및 바이오매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석탄 가격 상승 수혜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삼성물산의 상사부문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팜농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팜유 가격 상승 이슈와 일부 연동 돼 있다. 

◇ 워렌버핏도 일찍이 주목···장밋빛 전망 경계해야 목소리도

종합상사는 기업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출 산업의 첨병으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보편화되면서 종합상사의 전통적인 사업인 트레이딩의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증시에서도 관심이 줄었는데 LX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모두 10년 넘게 주가가 전고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종합상사가 저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다각화한 사업들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종 자원사업뿐만 아니라 성장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단순 종합상사에서 종합투자사로 발돋움하는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예컨대 LX인터내셔널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하며 친환경 사업에 나서고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기차 구동모터 코어 생산을 통해 친환경차 부품사업 육성을 진행 중이다.

종합상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대표적으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020년 일찍이 일본의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와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지분을 각각 5% 넘게 보유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들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및 신사업 투자를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현재 두 배 안팎의 평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태다.

다만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종합상사들이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에 따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성에 대해선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의 피크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원자재나 물류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면 이들 종목은 투자 심리 악화를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