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대 규모 타운하우스 단지
대형사 간 수주전에 업계 눈길
시업권 따내면 실적 순위 변동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성북구 ‘정릉골’에서 재개발 사업권을 놓고 맞붙는다. 정릉골 재개발은 공사비 6000억원 규모 대형 사업지인 데다 서울 최대 규모 타운하우스 단지라는 상징성을 갖춘 만큼 두 건설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릉골 재개발 사업 수주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하면서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앞서 지난달 11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두 건설사를 비롯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대우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8곳이 참석해 다자 구도가 예상됐지만 건설사들이 입찰 조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은 컨소시엄 참여 금지와 입찰 보증금 700억원을 요구했다.
북한산 끝자락에 위치한 정릉골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대형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재개발 이후 성북구 정릉동 일원 20만3857㎡ 부지에 지하 2층~지상 4층, 80개 동, 1411가구(전용면적 59~165㎡) 타운하우스 단지가 들어선다. 공사비만 6027억원에 달한다. 조합원 수가 649명으로 일반분양 물량 78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곳은 7층 이하로 재개발돼 임대가구를 구성할 의무가 없다. 다른 정비사업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 비중이 많은 이유다.
서울 최대 대규모 타운하우스라는 점도 관심을 받는 요인이다. 이곳은 북한산 인근에 위치해 자연경관지구에 속한 탓에 용적률 제한을 받는다. 이 때문에 고층 아파트 대신 고급 주거 단지 조성으로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 서울 도심 인근에 1000가구가 넘는 타운하우스가 들어서는 것은 흔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합은 6월 18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이번 수주전은 각 건설사 누적 수주액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들어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 누적 수주액 8136억원을 기록했다. ▲대구 반고개 재개발(공사비 1817억원) ▲경기 성복역 리버파크 리모델링(2385억원) ▲서울 노량진3구역 재개발(2954억원) ▲서울 문래진주맨션 재건축(980억원) 등을 따냈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고가 4조21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릉골을 수주하면 1조 클럽 가입은 물론 향후 수주전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롯데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매월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현재까지 1조1329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서울 성수1구역 재건축(1047억원) ▲서울 청담신동아 리모델링(633억원) ▲대구 반고개 재개발(공사비 1783억원) ▲서울 봉천1-1구역 재건축(2416억원) ▲서울 선사현대 리모델링(공사비 5561억원) 등을 수주했다. 6000억원 규모 정릉골 사업을 따낼 경우 지난해 실적(2조2230억원)을 넘어설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서울에서 펼쳐지는 10대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로 보면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4위, 7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릉골 재개발 사업이 웬만한 사업장 2~3곳을 합친 규모인 만큼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는 실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며 “최근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대형사들의 경쟁이 들어주는 추세인 만큼 이번 수주전은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