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수위, 기업규제 완화 로드맵 구상 속도
로톡-변협, 닥터나우-약사회 등 갈등 중재 절실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된 지 한 달이 됐다. 당초 업계에선 인수위 구성에서 업계 전문가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인수위는 분과별로 윤 당선인의 기업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차기 정부 정책 로드맵 구상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우선 지난 24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다고 선언했다. 가능한 사항을 정해놓고 모두 금지하는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의 정반대로, 금지 행위 외에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인수위가 완전히 새로운 규제 시스템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의미다.
인수위 각 분과에서도 규제 완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8일 인수위 청년소통TF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방문해 규제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고, 법제화 논의 시작을 알렸다. 이를 위해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 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업계 대표로 인수위 사회복지분과에 합류했다.
지난 26일엔 고산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이 복수의결권 도입 계획을 담은 벤처·스타트업 분야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창업주에게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은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줄곧 도입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공회전을 반복했다. 창업주의 지배권 행사로 재벌 세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경영권 위협 없이 투자를 유치해 기업 성장을 위해 복수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누차 주장해온 주 52시간제를 손보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이에 발맞춰 근로시간 규제 및 임금 제도 개선, 인력 운영의 유연성 확보를 골자로 한 스타트업의 노동정책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인수위의 움직임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견인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인수위의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스타트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역시 전문직 단체들과의 갈등 중재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와 로톡과 같은 법률플랫폼들과의 갈등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변협이 공공플랫폼 출시로 플랫폼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로톡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닥터나우를 비롯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도 대한약사회 등 단체들의 반대로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 공감한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의 구체적인 실행 방향 모색에 나섰다. 반면 인수위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에 즉각 반대 성명을 낸 약사회의 반발은 앞으로 거세질 수밖에 없다.
업계와 단체들의 갈등 해소에는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소통이 절실하다. 현 정부에서도 시도는 있었다. 지난해 법무부가 로톡과 변협의 중재를 위해 리걸테크TF를 마련했지만, 플랫폼 업계와 변협 등 직접 이해관계자들이 구성에서 빠지면서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쳤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논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윤 당선인의 말대로 플랫폼 혁신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직역 단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법적공방이 오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 정부는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