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판매 감소에도 수익 개선···현대차 영업이익 16.4%·기아 49.2%↑
고수익 RV 판매 비중 크게 늘어···기아 61.3%로 역대 최고 수준
“하반기 반도체 이슈 완화될 것···원자재 상승 문제는 전담 조직 및 조달 방식 변화로 적극 대응”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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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수익 차량 확대 전략이 대외 위기 환경 속에서 빛을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몇 년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레저용차량(RV) 판매 비중을 높이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확장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에 주력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지난 1분기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기록했다.

25일 현대차그룹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1분기 현대차는 영업이익 1조9289억원, 매출액 30조298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6.4%, 1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영업이익 1조6065억원, 매출 18조357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9.2%, 10.7% 늘었다. 기아는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작년과 비교해 판매대수 자체는 줄었다. 1분기 현대차 판매량은 90만2945대, 기아는 68만5739대로 각각 전년대비 9.7%, 0.6%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감소에 대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난, 중국 지역 일부 봉쇄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1분기 러시아 산업 수요는 전년대비 30% 이상 하락했으며, 당사 판매도 전년대비 25% 감소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서방국가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등으로 주요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자 지난달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러시아는 현대차 전체 판매의 5%를 담당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들을 타지역으로 전환 배정해 러시아 외 지역 생산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올해 계획된 투자와 신차 출시 연기 등을 통해 유동성 손실을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대러 제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도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현대차그룹 국내 백오더(주문대기 물량)만 90만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SUV·제네시스로 체질 개선

이처럼 대외 악재로 인한 생산 차질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실적을 개선한 것은 SUV 및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량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세단 중심의 대중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SUV 라인업 확대와 제네시스 판매 증가로 인해 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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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현대차 SUV 판매 비중은 52%로 전년대비 7.7%p 올랐으며, 1분기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5.2%로 전년대비 0.8%p 상승했다.

1분기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 GV70, 아이오닉5 등 신차 출시 효과가 본격화되며 글로벌 SUV 판매량이 전년대비 5.9% 증가했다.

제네시스는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대비 8.8% 늘었다. 주력 모델인 G80, GV70, GV80 등의 경우 최소 가격이 5000만원을 넘는 고가인데다, GV60, G80 전기차 등 전기차 라인업까지 확대하며 수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 RV 판매 비중은 61.3%로 전년대비 1.6%p 상승했다. 특히 기아 RV 판매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텔루라이드 등이 국내외에서 선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기아 1분기 평균 판매가격(ASP)은 2900만원으로 작년보다 11.7%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그 결과 1분기 기아 영업이익률은 8.8%를 달성하며 현대차(6.4%)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아 관계자는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와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을 통해 ASP가 상승한데다, 우호적 환율 영향이 더해져 매출과 수익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원달러 환율은 1205원으로 전년대비 8.2% 올랐다.

또 다른 고수익 차종인 전기차 판매 확대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1분기 현대차 전기차 판매는 5만2000여대로 전년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도 지난해 1분기 2%에서 올해 1분기에는 5%로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아이오닉5의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며 약 3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는 1분기 전기차 4만3150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무려 148.9% 성장했다. 국내와 서유럽 시장에서 니로 EV 판매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EV6 판매까지 더해져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각각 국내 7.6%(지난해 2.7%), 서유럽 16.1%(지난해 10.6%)로 크게 확대됐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리서치 기관 ‘자토(JATO)’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2월까지 서유럽 시장에서 총 1만4269대의 전기차를 판매, 점유율 8.7%를 기록하며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 “2분기도 경영 불확실성 계속···원자재 가격 상승 및 반도체 수급 정상화 모니터링”

현대차그룹은 올해 2분기에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해 현대차는 전담 조직을 구성해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기존에 협력사에만 의존했던 원자재 조달 방식에 변화를 꾀한다.

서 부사장은 “배터리 관련 원자재인 니켈, 리튬, 코발트와 철강재 등 원자재 가격 변동을 상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구매 활동과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능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원자재 시황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을 자동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배터리사와 배터리셀사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시행 중인 원자재 선매입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가격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배터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최소 1분기 이상의 안정적인 재고 수준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발전시켜 장기적으로는 일정 부분 배터리 원자재를 직접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반도체 대란의 경우 상황이 계속 나아지고 있으며, 2분기에는 1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1분기보다 4월 상황이 좋고, 4월도 월초과 월말로 비교해보면 생산 차질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차량 제어기쪽 반도체 이슈는 5월 정도면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며, 하반기에는 당초 물량 계획치를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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