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수요예측서 미매각되거나 높은 가산금리 붙는 사례 다수
업황 회복 기대 큰 AA급에선 언더 금리서 물량 소화되기도
“등급별 금리 격차 줄어 낮은 등급 매력 상대적 저하”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회사채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이슈에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별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A등급과 AA등급 사이에서 변화가 관찰되는데 A등급에선 미매각되거나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는 반면 AA급에서는 업황 기대감이 큰 경우 마이너스(-) 가산금리에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시장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올해 1분기 공모 무보증사채의 기관 수요예측 참여 금액은 2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조900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기업들이 조달하려고 했던 금액이 지난해 1분기 13조1000억원에서 올해 12조3000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지난 1분기 수요예측 참여금액의 감소폭은 두드러진다.

이 같은 모습은 이번 2분기 들어서도 비슷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그 중에서도 A등급의 투심이 약화되고 있다. 오버부킹(초과주문) 사례가 다수 나왔지만 대부분 희망 금리 밴드 상단에서 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미매각되는 경우도 일부 발생했다. 

추가발행 전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추가발행 전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실제 세아제강(A+)은 지난 21일 600억원(3년물)을 모집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의 자금을 받아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들 물량은 세아제강이 제시한 가산금리 밴드(-40bp~+40bp, 1bp=0.01%포인트) 상단인 +39bp에서 채워졌다. 수요자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지는데, 이는 그만큼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A급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 18일 3년물 1200억원 모집에 나섰던 풍산(A+)은 -40bp~+4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했는데 최상단인 38bp에 모집물량을 맞췄다. 3년물 800억원 모집을 위해 개별 민평금리에 -40bp~+40bp를 가산한 금리밴드를 제시한 SK디스커버리(A+)도 지난 19일 수요예측서 35bp에서 모집물량을 채웠다. 

A등급에서 미매각 사례도 심심찮게 나왔다. NS쇼핑은 이달 5일 900억원 규모 3년물 공모채 수요예측 결과 200억원의 주문만 들어오는데 그쳤다. 삼척블루파워(A+)는 지난 15일 공모채 3년물 1800억원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회사채 투심 악화에 탈석탄 정책에 따라 석탄회사 투자를 기피하는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A등급 대비 상대적으로 우량한 AA급 이상 회사채에서는 의미 있는 흥행이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모집금액의 수배에 달하는 오버부킹은 물론이고 업황 회복 기대감이 큰 기업의 경우 마이너스 가산금리에서 물량이 채워지는 사례도 나왔다. 

호텔신라(AA-)는 지난 20일 2년물 700억원, 3년물 1500억원, 5년물 3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각각 3100억원, 5300억원, 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수요가 높았던 3년물의 경우 -5bp(희망 가산금리 밴드 -20bp~+20bp)에서 결정됐고 2년물의 경우엔 0bp(-30bp~+30bp)에서 물량이 맞춰졌다. 금리 변동성 확대 우려에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5년물에서도 +13bp(-30bp~+30bp)에서 모든 물량이 매각됐다.

이달 6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나섰던 포스코케미칼(AA-)도 수요예측에서 높은 인기를 보였다. 포스코케미칼은 보면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6400억원, 5년물 500억원 모집에 1600억원의 수요가 발생했고, 모집물량은 추가 발행 전 기준 3년물 -10bp(-30bp~+30bp), 5년물 -3bp에 채웠다.

AA급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언더 금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는 A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 있는 가운데 각 회사의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호텔신라의 경우 리오프닝(경기 재개) 이슈가,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소재 사업의 강화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 신용등급을 보유한 발행사는 금리 상승에 조달 부담이 더욱 커지게 돼 시장에 나올 유인이 크지 않고, 발행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우량 등급과의 절대 금리 격차가 좁혀져 있는 상태여서 매력이 부각되기 쉽지 않다”며 “시장이 전체적으로 냉각되면서 우량 등급으로의 자금 쏠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의 민평평균 금리는 A- 연 4.534%, A0 4.089%, A+, 3.803%, AA- 3.665%, AA0 3.626%, AA+ 3.59%, AAA 3.537%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각각 200~210bp 가량 상승했다. A+와 AA-의 차이만 놓고 보면 지난해 4월 24.5bp에서 올해 13.8bp로 좁혀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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