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52주 신저가 행진
삼성전자 임원들 38억원어치 매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8%대까지 하락하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신저가 행진을 펼치자,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주가 하락기에 회사 임원들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가 방어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한편, 업계에서는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임원 21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5만2353주, 우선주 2000주 등 총 5만4353주를 장내 매수했다. 금액으로 보면 38억687만원어치다.

자사주를 가장 많이 매수한 임원은 한종희 부회장이다. 한 부회장은 결제일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를 주당 6만9900원에 총 6억9900만원어치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한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종전 5000주에서 1만5000주로 늘었다.

같은 날 노태문 사장도 삼성전자 보통주 8000주를 주당 6만9800원에 장내 매수했다. 박학규 사장은 주당 6만9800원에 1000주를, 주당 6만9900원에 5000주를 각각 사들였다. 노 사장과 박 사장이 사들인 자사주는 금액으로 각각 5억5840만원, 4억1930만원 규모다.

김수목 사장은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8일까지 다섯 번에 걸쳐 총 8000주를 주당 최저 6만8100원, 최고 7만400원에 분할 매수했다. 총 5억5715만원어치다.

◇ 임원들, 올 3월부터 자사주 집중 매수

업계에서는 올 들어 두드러진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삼성전자 임원들이 금전적 손실 우려를 줄이기 위해 추가 매입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원들의 매수가 활발해진 것은 올 3월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서다. 올해 자사주를 산 21명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지난달과 이달에 매수했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공급과 수요 위축 우려 등으로 연초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올 1월 장중 7만9600원까지 오르면서 ‘8만전자’ 기대감을 키웠던 삼성전자 주가는 잇따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이달 들어 6만전자로 주저앉았다.

지난 18일 장중 주가는 6만6100원까지 떨어진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종가 6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오름세로 거뒀던 상승폭(1100원)을 대부분 반납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부진 배경엔 경기둔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 우려가 반도체 업종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도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이달 10% 가량 하락했고, TSMC는 6% 내렸다.

◇ 주가 전망 반등 기대 vs 당분간 부진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을 놓고 증권가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그간 악재를 충분히 소화했고 실적이 좋은 만큼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있는 한편, 당분간 주가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D램 시장 우려를 충분히 반영했다”며 “D램 가격 하락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며, 2분기까지 낸드 업황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져 올해 영업이익은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주가 상승 여력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책 금리와 ISM 제조업 지수는 역사적으로 반비례 동행 관계에 있으며 ISM 제조업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와 비례 동행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 선행 지표인 ISM 제조업 지수의 급락을 이끌 것이고, 향후 OECD 국가들의 전반적인 경기, 수요 둔화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유동성 모멘텀이 둔화된데다 최근의 동사 4나노 수율, 발열 문제 (GOS App), 3나노 고객 이탈 루머 등을 감안할 때 주가가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 배수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는 역사적 평균 저점 PBR(주가순자산비율) 배수인 1.2배 수준(6만원대 초중반)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