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품, 수요 대비 공급 부족량 최대 40%에서 30%로 감소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하반기 완화될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IT 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기업들이 부품 재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반도체 수요와 공급 격차가 줄어들면서 부족 현상이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의 품귀 현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며 산업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수요 감소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의 대외 변수로 IT 기기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단 점이 꼽힌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간 급증했던 가전제품 수요도 둔화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의 13억8000만대에서 13억6600만대로 낮춘 바 있다. 노트북 출하량 전망치도 2억3800만대에서 2억25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또 주문자상표생산(OEM)과 제조업자생산방식(ODM) 업체들이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부품 재고를 확충해 재고수준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도 공급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웨이퍼 생산력 확장과 공급업체 다각화 등으로 지난 1분기 부품 조달 상황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DDI와 PMIC 등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량이 상반기 20~40% 정도에서 하반기에 10~30% 수준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단 예상도 제기된다. 다만 AP나 무선주파수칩(RFIC) 등 일부 부품은 공급난이 지속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난 회복 변수로 중국의 도시 봉쇄가 거론된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최근 확진자가 속출한 상하이, 쑤저우, 시안 등에 락다운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는 공급망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해 반도체 부족이 다시 심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윌리엄 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 측면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중국 전역의 도시 폐쇄 조치”라면서 “중국 방역당국이 통제에 성공한다면 광범위한 반도체 부족이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