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유력 정치인들 예능 적극 출연 타진 눈길
“정치가 감성화·팬덤화 되면 상대 후보 및 정당은 무조건 나쁘다는 사고 갖게 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tvN 예능 '유퀴즈'.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tvN 예능 '유퀴즈'.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tvN의 인기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을 놓고 ‘잘 했다 못 했다’ 뒷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정치권 싸움이 예능으로 번진 모양새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최근 몇 년 새 유력 정치인들이 TV프로그램, 특히 예능에 적극 출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윤 당선인 출연 이전에 이미 문재인 대통령 측도 유퀴즈 출연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대선 국면엔 유력 대선후보들이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하기도 했죠. 과거에도 유력 정치인들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곤 했지만, 이처럼 예능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유력 정치인들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얼핏 안 어울릴 것 같은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로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해 국민들에게 호감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시사나 뉴스프로그램과 달리, 예능프로그램에선 정치인들이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평소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당연히 ‘의외의 모습’이 비춰질 수밖에 없고, 이런 부분이 ‘인간적이다’라는 감성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분위기와 관련해 일각에선 우려도 있습니다. 우선 출연 정치인들이 경쟁구도에 있는 상황이라면 제작진들 자칫 정치싸움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사실 민간 기업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와 더불어 국민들의 삶과 국가 경제에 영향을 주는 정치의 영역은 이성적 행위의 영역인데, 감성에 호소하려 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치구도는 언제부턴가 ‘감성화’가 이뤄지게 됐고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국민들에게 이성보다 감성으로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라며 “이성적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여야 할 정치의 감성화와 팬덤화가 일어나면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나 인물 외 상대 정당 및 인물은 무조건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생기는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예능출연 행보가 나름 즐거움을 주고 신선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 정치 환경이 꼭 정치인들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유력 정치인들이라면 좀 더 국민의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에 더 시간과 일정을 할애하는 한다는 지적도 나오구요.

다음은 최근 한 유퀴즈 애청자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이미 유명인사인 사람들 나오는 것보다 사회 곳곳에서 헌신하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유퀴즈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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