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보험사 더불어 골프연습장까지 손해배상 인정한 판결
“공작물 설치·보존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 가했다면 점유자도 책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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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골프연습장 고객이 옆 타석에서 날아온 골프채 부품에 맞은 경우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골프연습장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공작물(인공으로 제작한 시설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수원지법 민사1부 지창구 판사는 골프연습장 옆 타석에서 날아온 골프채 헤드에 머리를 맞은 A씨가 상대방 B씨, 골프연습장과 계약을 맺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B씨, DB손해보험)과 더불어 골프연습장(소외 회사)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지 판사는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1979만원의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9월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B씨의 골프채 헤드 부분에 뒷머리를 맞았다. B씨가 스윙 연습 중 휘두른 골프채가 골프공에 맞는 순간 부러지면서 그 일부가 A씨에게 날아든 것이다. A씨는 B씨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 판사는 B씨와 DB손해보험 외에도 골프연습장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했다.

지 판사는 “이 사건 골프연습장의 타석 사이에 골프채 등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벽이나 안전그물이 설치돼 있었다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다”며 “골프연습장은 피고와 공동해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지 판사는 골프연습장이 안전벽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지 판사는 “옛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골프연습장업의 경우 타석 간 간격이 2.5m 이상이어야 하고, 타석의 주변에는 이용자가 연습을 위해 휘두르는 골프채에 벽면․천장과 그 밖에 다른 설비 등이 부딪치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연습 중 타구에 의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물·보호망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골프채가 앞 타석으로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의 정도는 매우 크다”며 “반면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각 타석 사이에 안전벽 등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골프연습장의 관리·운영자가 사고방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 판사는 또 “지금까지 대부분의 골프연습장에 이와 같은 차단물이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차단물 설치의 위험방지 조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도 자발적인 차단물 설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유사한 안전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 대부분 야구연습장들은 대부분 각 타석 사이에 안전그물이 설치돼 있는데, 골프연습장 역시 이 같은 차단물의 설치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피고들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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