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올 하반기 7개 대기업 면세 사업권 입찰 진행 계획
주요 면세점 참여 의사 밝혔지만···“단체관광객 수요 회복 우선” 주장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국내 주요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 등)들이 엔데믹 시대를 맞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세 차례나 입찰이 불발됐던 면세 구역을 하반기 재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주요 면세점에는 동남아시아 고객을 중심으로 단체 관광객도 늘고 있다. 면세점들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아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모든 해외입국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되면서 그간 억눌려있던 면세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늘고, 면세점 사업 회복 조짐이 보이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세 차례나 유찰됐던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을 올 하반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2020년 2월, 9월,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자 선발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업황 악화로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우선 예상되는 입찰 구역은 제1여객터미널 롯데·신라면세점이 운영했던 4개 사업권, 제2여객터미널은 롯데·신라·신세계가 운영하고 있는 3개 사업권 등 총 7개다. 공사는 예전처럼 구역별로 면세 사업자 입찰을 추진하지 않고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면세사업자 입찰을 동시 추진할 계획이다. 면세점들은 일단 올 하반기에는 해외여행 제한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찰 공고를 검토한 후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대략적인 입찰 공고 시기는 올 하반기로 예상되지만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할 부분이 남아있다”며 “임대료 체계, 사업권 구성, 입찰 진행 방식 등을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건은 단체관광객 수요 회복과 임대료 인하 연장 여부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해외입국자 격리조치가 해제된 이달 1~13일 입국객은 12만6763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8만5262명) 대비 48.8% 늘었다.
특히 태국 등 동남아 중심으로 단체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앞서 2년 만에 태국 단체관광객을 맞은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25일 태국 단체관광객 일부가 면세점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롯데면세점도 “이달까지 80여명의 단체관광객 방문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면세점 측은 “중국, 일본 관광객이 다수 면세점을 찾아야 국내 면세 산업이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자국 봉쇄 조치를 내렸고, 일본은 3차 접종자도 자택 대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씨(44)는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긴 했지만 매출을 견인할 수준은 아니다”며 “면세점 매장마다 일일 판매 건수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국 봉쇄령, 하이난 방문 등 문제로 국내 면세점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계”라면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관련 프로모션을 내며 면세산업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관광객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와 함께 면세점들은 임대료 인하 연장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 한국공항공사는 항공 업계의 회복을 돕기 위해 2021년 10월까지 임대료 인하를 감면하기로 했다. 이후 오미크론 확산 등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오는 6월까지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임대료 인하 정책 종료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면세 업계에서는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그동안은 중국 대리구매상들에 의존해왔지만 중국 봉쇄령으로 대리구매상들도 잃은 상황”이라며 “이제는 면세점에 10명 내외의 단체관광객이 방문해도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면세점은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도 면세점 산업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면세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단체관광객 방문 수는 하루 많게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황이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관광객이 들어오고 매출이 유지될 때까지는 정부가 나서서 면세점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이번달 말까지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주말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하고 다음달부터는 평일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린다. 신세계면세점도 이번달 말까지 본점의 주말 영업시간을 30분 늘리고 다음달부터는 평일 영업시간을 30분 연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