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배당 요구 vs 대손충당금 적립
재원 사용 방식 두고 정책적 압박 직면···금융사 입장 난처
업계 "고심 거듭할 것···중장기적으로 분기배당 동참 예상"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KB금융지주가 지주 설립 이후 첫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타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분기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지속 권고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입장은 난처해진 상황이다. 재원 사용 방식을 두고 당국의 정책적 압박에 직면하자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분기배당 실시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재무 상태와 호실적을 감안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환원 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지주 가운데 분기배당에 나선 것은 신한금융에 이어 KB금융이 두 번째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달 16일 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해 분기배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주주명부 폐쇄는 주주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조치로 중간배당에 필요한 사전 작업이다. 당시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 불확실성과 재무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이 상정돼 결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환원 정책 강화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주주환원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기배당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부터 은행권 최초로 배당금을 매 분기마다 균등하게 지급하는 분기 배당을 정례화했다. 배당성향도 3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등으로 잠재부실 누적 문제가 커진 만큼 과도한 배당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당을 확대될수록 손실흡수능력이 취약해지고 부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부실 우려 방어를 위한 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독려로 금융사들은 고심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정책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간배당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 30일로 명시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확정하면서 중간배당 정례화를 완료한 상태다.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2006년부터 중간배당을 단행했지만 다른 지주사들도 잇따라 배당에 나서면서 차별화된 주주환원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중간배당에 이어 분기배당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