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실권주 인수로 주관사 KB증권이 졸지에 최대주주
보유주식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시 당기순이익에 영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유상증자 실패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 주가 하락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 하락이 KB증권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통상 증권사가 보유 중인 상장주식은 단기매매증권이라는 회계 항목으로 분류되고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은 당기순이익 항목에 반영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4일 기준 엔지켐생명과학 주식 261만6714주(지분 18.78%)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KB증권은 올해 2월 진행된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에 주관사를 맡았다. 유상증자 규모는 1685억4000만원으로 주당 3만1800원씩 530만주를 발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와 일반공모에서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주관사인 KB증권은 유상증자 530만주 가운데 71.89%에 해당하는 실권주 380만9958주를 떠안아야 했다.
KB증권은 3월 10일 신주 상장 이후 졸지에 지분 27.97%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고 기존 최대주주였던 손기영 대표와 손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12.31%로 줄어들었다.
KB증권은 3월 21일 서둘러 트리니신기술조합과 포스라빌조합, 폴리스니조합 등에 주당 2만9300원씩 119만4538주(8.76%)를 매각하면서 지분율을 19.21%까지 낮췄다. 이후 ETF 환매 입출고 과정을 거쳐 지분율이 지금과 같이 됐다.
KB증권이 일부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금산분리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함이다. 금산분리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금융위 승인 없이 비금융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수 없다.
KB증권은 분기보고서 기준일인 3월말 이전까지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추면서 지분법 적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국제회계기준(K-IFRS)과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지분율이 20% 이상인 경우 지분법 적용대상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매분기마다 70억원씩, 연간 2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 지분법 적용대상이 되면 올해 1분기부터 엔지캠생명과학 당기순손실 금액 가운데 KB증권이 보유한 지분율만큼 KB증권 당기순이익 항목에 반영된다. 단 지분율이 20% 이상이라도 유의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다.
KB증권은 지분법 적용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여전히 실적 부문에서 보유한 엔지켐생명과학 주식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 기업이 타 회사 지분을 20% 이하로 취득할 경우 기업은 이를 단기매매증권 혹은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다. 1년 이내에 사고팔아 투자차익을 거둘 목적이라면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하고 장기보유가 목적이라면 매도가능증권으로 구분한다.
일반회사가 취득하는 지분은 경영협력 등의 목적인 경우가 많아 매도가능증권으로 구분한다.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되면 지분평가에 따른 손익이 당기순이익이 아닌 기타포괄손익이라는 자본계정에 반영된다.
반면 통상 증권사가 사들이는 상장주식은 차익을 남기고 팔기 위한 목적이기에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한다.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되면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은 당기순이익 항목에 반영된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이날 2만3450원으로 장을 마쳤다. KB증권은 유상증자 가격 대비 10% 할인된 주당 2만8620원에 실권주를 인수했다. 이날 기준 KB증권의 평가손실은 약 135억원에 달한다.
다만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이달 들어 급락하기 시작했다. 1분기 회계기준일인 3월 31일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2만9350원에 장을 마쳤다. KB증권이 인수한 가격보다 약간 높다. KB증권으로서는 엔지켐생명과학 실권주 인수로 1분기에 오히려 소폭의 이익을 냈다고 실적에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일 엔지켐생명과학이 신약후보물질 EC-18의 췌장암 환자 대상 호중구감소증 임상 2상을 자진 중단한다는 공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