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에 주가 급락했다 이달 들어 상승 흐름
상장 전 지분 투자했던 한투증권 성과 기대도 높아져
타종목 합치면 올해만 160억원대 평가익···추가적인 성과 여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골프용 거리측정기 제조업체 브이씨가 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IPO(기업공개) 주관사이자 지분투자에 나섰던 한국투자증권이 미소 짓고 있다. 지난 2월 상장 이후 증시 불확실성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기도 했지만 다시금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 지분 투자 기업의 상장으로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다시금 성공 사례를 추가할 지 주목된다.
◇ 브이씨 반등으로 한국투자증권도 ‘미소’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브이씨가 기사회생하고 있다. 브이씨는 지난 달 15일만 하더라도 장중 1만750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가(1만5000원)와 상장 첫 날 장중 최고가(1만9500원) 대비 각각 28.3%, 44.8% 하락한 것이다. 그러다 이달 들어 상승 흐름을 보이더니 전날에는 1만5600원까지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브이씨가 상장 과정에서 큰 흥행을 일으키지 못한 종목이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브이씨는 지난 2월 초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190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고 수요예측 부진에 공모가도 희망밴드(1만5000~1만9500원) 하단에 결정됐다. 일반 청약도 46대 1로 저조했다. 지난 2월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투심이 눌린 탓이었다.
그러나 골프 산업이 올해에도 호황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다시금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가 지난해 5000만명을 넘어섰다며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 및 여성골퍼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골프용품 및 골프웨어 시장이 과거 성장세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이씨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덩달아 웃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3년 전인 2018년 11월 30억원을 들여 브이씨 37만5000주를 주당 8000원에 취득했다. 여기에 상장주선인 의무 취득분인 3만주(주당 1만5000원)를 포함하면 40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지분 모두 상장 후 3개월까지 매각이 제한된다.
전날 종가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지분 가치는 63억원 수준이다. 총 투입 금액이 34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까운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만일 브이씨의 주가가 골프 산업 호황 기대에 더욱 상승하게 된다면 한국투자증권은 상장 주관 수수료를 크게 넘어서는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 프리IPO 종목 상장으로 올해만 168억 평가익···성공 사례 추가될 지 주목
브이씨의 반등으로 한국투자증권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공 사례가 추가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증권사들은 IPO 주관 실적을 쌓으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전 지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한 비상장사 지분 확보→해당 회사 IPO주관→주관 수수료 확보 및 지분 차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올해 한국투자증권에서 이 같은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로봇전문기업 유일로보틱스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4월 유일로보틱스의 주식 59만9950주를 주당 5000원으로 책정해 총 30억원에 취득했다. 여기에 6억4500만원어치의 상장주선인 의무 인수분(6만4500주)을 더하면 총 66만445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전날 종가 기준 유일로보틱스의 주가가 2만195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가치는 145억원을 넘어선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일 상장한 정보통신 솔루션업체 지투파워를 통해서도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9월 지투파워 제 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20억원을 들여 18만8650주를 확보했다. 상장주선인 의무 인수분(1만8585주)을 합하면 총 20만7235주가 된다. 지투파워의 전날 종가(2만4700원)로 계산하면 지분가치는 51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상장한 진단검사 플랫폼 기업 노을의 주식을 상장 전 지분투자와 상장주선인 의무인수분을 통해 17만73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지분가치는 14억1130만원으로 지분 확보를 위해 투입한 금액인 12억6000만원 대비 높지는 않은 상태다.
이들 종목만 놓고 보면 보유 지분의 평가 가치는 274억원 수준에 이른다. 투자금액이 106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2.6배에 가까운 평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2월 상장했지만 의무보유 기간이 없어 성과 추정이 쉽지 않은 접착소재 전문 기업 아셈스를 포함하면 평가 이익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PO의 경우 상장 주관 수수료만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중소형 IPO의 경우 노력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장 전 지분투자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성공 사례가 다수 나오기는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고 셀프 상장에 따른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