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조현민 전 부사장 괘씸죄에 2년간 제재 및 4년간 운수권 배정 제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아랫 사람이 윗사람이나 권력자의 의도에 거슬리거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해 받는 미움.’
국어사전에 표기된 ‘괘씸죄’의 의미다. 말 그대로 누군가 하는 행동이 괘씸해 불이익을 준다는 말이다. 분명 법전에는 없는 죄명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괘씸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판사에게 잘못 보이면 형량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괘씸죄는 단순 법조계 뿐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정부 입김이 강한 곳일수록, 정부에 밉보인 곳일수록 괘씸죄 강도는 높아진다.
이를 둘 다 만족시키는 곳이 바로 진에어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은 2018년 일명 ‘물컵 갑질’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이후 조 전 부사장이 외국인 신분으로 등기 임원에 재직한 사실이 발견되면서 진에어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노선 취항 및 신규 항공기 도입 금지 등 제재를 받았다. 현행 항공법은 외국인의 항공사 임원 재직을 금지하고 있다.
당시 법무법인들이 해당 사항에 대해 법리 검토를 진행한 결과, 외국인 등기 이사 재직으로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결격 사유가 해소돼 현 시점에서 취소가 곤란하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신규 항공기 도입 및 노선 취항 금지를 명령하며, 약 2년간 제재를 풀지 않았다.
제재까지는 법률상 가능한 범위라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토부는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충분히 이행하면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진에어는 국토부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이행했지만, 국토부는 제재를 푸는 것에 대해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선 조 전 부사장의 괘씸죄로 인해 국토부가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로 인해 진에어는 약 2년간 항공기 도입 및 신규 취항을 하지 못해 다른 항공사들에게 뒤처졌다. 게다가 제재 기간 동안 다른 항공사들이 중국, 몽골, 싱가포르 등 운수권을 배분 받을 때도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들 지역 운수권은 알짜배기 노선으로 불리며 저비용항공사(LCC)들 모두 눈독을 들여왔던 곳이기도 하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괘씸죄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4일 국토부가 몽골, 중국, 뉴질랜드, 유럽 등 운수권을 배정했을 당시 진에어는 또다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8년 제재 이후 4년 가까이 단 1곳의 신규 노선도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직원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진에어 노조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제재 해제 이후에도 직원들은 코로나사태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에 동참하며 항공업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면서 “노선 확대로 더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이번 운수권 배분 제외는 1700명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빼앗아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 전 부사장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다만 조 전 부사장 괘씸죄로 인한 화살이 직원들에게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