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가 기간 두고 이견
“타결책 당장 나오기 힘들 듯”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4월말이 되도록 2021년도 임금 협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임금 협상은 과거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뤄졌으며 늦어도 3월 중에 타결됐다. 노조가 협상 주체가 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진통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양측 임금 교섭 핵심 의제는 급여체계 개편과 휴식권 보장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방식을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바꾸고, 성과급 재원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을 뜻한다. 요구 사항 중에는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도 있다.
유급휴가 7일 추가를 놓고도 노사가 맞섰다. 유급휴가 5일을 추가하고 회사 및 노조 창립일도 각각 유급휴가로 지정해야 한다는 게 노조 요구다. 노조는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과 달리 삼성전자는 하계휴가를 제공하지 않아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유급휴가를 추가하면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유급휴가 3일 제안했지만 노조는 ‘7일 요구’
이와 관련 노사는 지난 14일과 15일에 이틀 연속 실무 교섭을 벌였다. 지난 1월 21일 마지막 교섭 이후 협상이 중단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유급휴가 3일 신설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서 최근에 ‘해피 프라이데이’ 등 새로운 복지를 도입하면서 조합원들 눈높이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며 “조합원 설문 과정을 거친 결과, 3일 정도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들 생각을 반영해 최소 7일의 유급휴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난 18일에 사측에 전달했다”며 “사측은 검토를 거친 뒤 답변을 주기로 했는데,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급휴가 추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금 협상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과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노사협의회 협상에서도 사측은 기본급 4% 인상을 제안했지만, 근로자 위원들은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협상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하는 상태다.
노조는 임금 교섭에 소극적인 사측 태도를 비판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전국 12개 사업장 순회홍보투쟁에 나선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는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임금협상 타결 때까지 이 부회장 자택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 임금 교섭이 잘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협상 장기화 불가피···상호 양보로 절충점 모색 필요성도 나와
노사 협상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측과 노조가 최초로 벌이고 있는 임금 협상이란 점을 고려할 경우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4개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지난해 10월부터 사측과 임금교섭을 벌이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노사의 첫 번째 협상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밀리면 안 된다는 기싸움 성격이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조직 개편 핵심은 무한 경쟁인데 노조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고, 사측에서는 파운드리 수율이나 갤럭시 시리즈 GOS 리스크를 감안해 노조의 양보를 원하는 복합적인 상황이어서 타결책이 당장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임금은 우리나라 기업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사측에서 조직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임직원들을 무한 경쟁으로 유도하는 점은 임금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노조도 회사의 리스크를 조금 더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양측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