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에 주가 4분의 1토막
“엔데믹 이후 역성장 불가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진단키트 대장주로 꼽히는 씨젠의 주가가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반영되면서다. 앞서 씨젠은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을 대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코로나19·독감 동시 검사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진단업체들의 역대급 호황기였던 지난해 대비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되면서 진단키트 관련 기업의 주가가 장중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까지 맞물리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진단키트 수출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관세청이 매월 10일 발표하는 잠정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진단키트 수출 실적은 750만달러로 지난해 4월(8128만달러)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 씨젠, 지난 2월 대비 주가 30% 추락

씨젠 주가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씨젠 주가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날 씨젠은 지난 2월 3일 6만3300원 대비 30% 이상 떨어진 4만1350원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5일 종가가 5만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씨젠은 코로나 시국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종목으로 꼽힌다. 씨젠의 주가는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말 1만5000원대에서 지난 2020년 8월 16만1926원으로 10배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주가는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유전자증폭검사(PCR) 건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가 부진에 주요 영향으로 작용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동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 둔화에 따른 글로벌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감소는 글로벌 진단키트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팬데믹 안정화에 따른 진단키트 수요 감소로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의 역신장은 불가피하다”라며 “이러한 전망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백신과 진단키트주는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라고 진단했다.

◇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진단 사업 한계 시사”

씨젠 최근 실적 추이./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씨젠 최근 실적 추이./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 씨젠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83% 증가한 1조370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1% 감소한 66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60%를 넘겼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8.6%로 떨어졌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로나 진단 사업 이외의 분야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PCR이 아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확진 판단의 주된 수단이 되면서 PCR 시행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국내 PCR 분야 선두주자였던 씨젠 역시 중장기적인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씨젠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전략적 투자 증가한 탓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R&D 부문 투자를 늘리고 신규 인력 채용을 늘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반박했다.

씨젠 코로나19 앤데믹 대응 전략./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씨젠 코로나19 앤데믹 전환 대응 전략./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진단업계의 미래 성장동력 부재에 대한 업계 우려가 심화되자, 씨젠은 엔데믹으로의 전환 등 영업 환경 변화를 인지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코로나·독감 동시 검사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먼저 씨젠은 IT 분야 투자를 늘려 분자진단 방식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진단시약 개발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대대적인 R&D 투자도 예고했다. 지난해 씨젠은 R&D 비용으로만 750억 원을 사용했다. 이는 2019년 98억 원보다 7.5배 늘어난 규모다.

아울러 자궁경부암(HPV), 성매개감염증(STI), 코로나 외 호흡기질환 등 진단 시약 및 장비 개발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달엔 코로나19·독감 등 19종 동시검사 제품‘Allplex RV Master Assay’을 호주와 유럽에서 인증, 수출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함께 트윈데믹(코로나19·인플루엔자 동시유행) 확산 우려가 커지자, 코로나19 외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판로를 넓혀 엔데믹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씨젠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인한 진단키트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를 인지해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Allplex™ RV Master Assay를 유럽과 호주에서 인증 받았다”며 “이번 인증으로 시작으로 코로나19·호흡기질환 바이러스 동시질환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씨젠의 사업구조는 여전히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쏠려있을 뿐, 회사가 제시한 미래 성장 전략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기 어렵운 사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씨젠은 지난해부터 전략적 M&A(인수합병)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가까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Allplex™ RV Master Assay의 경우 호주와 유럽에서 인증만 받았을 뿐, 아직 수출은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한 진단업계 관계자는 “씨젠이 엔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비전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만하다”며 “다만 R&D 투자 확대, 전략적 M&A 등 대부분의 전략은 중장기적 투자가 필요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어려운 사업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윈데믹 상황을 겨냥해 업그레이드 된 코로나19와 호흡기질환 바이러스 동시 진단제품을 출시한 것도 사실상 유럽과 호주에서 인증만 받았을 뿐 수출이 본격화된 단계는 아니다”면서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코로나19 특수로 거둬들인 수익을 대신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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