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해외수주액 전년 동기대비 17% 감소···오미크론·우크라이나 사태·유가급등 영향
국내 정비사업 수주환경 갈수록 개선될거란 기대감 커져, 빅매치도 주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척박한 해외수주환경을 이유로 국내 정비사업 일감 따기에 더욱 사활을 걸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대형건설사의 정비사업장 등장이 갈수록 빠르고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구체적 일정이 잡히기도 전에 조합의 대소사에 호흡을 맞춰 일찌감치 자사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외수주 환경이 척박한 반면 정비사업 규제는 완화되며 활성화 가능성이 점쳐지자 건설사들이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정비사업장 가운데 주목도가 높은 지역으로는 흑석2구역, 노량진1구역, 한남2구역 등이 꼽힌다. 흑석2구역은 하루 뒤인 19일 입찰을 마감하지만 노량진1구역과 한남2구역은 연내에 시공권자를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일정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건설사들이 등장하며 자사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이달 초 열린 한남2구역 조합장 선출 총회에 참석해 조합의 분위기를 살폈고, 조합의 발전과 화합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특히 삼성물산이 한남2구역 수주전에 등판할 경우 2010년 가재울5구역을 마지막으로 12년 만에 재개발 사업장에 등장하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정비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남2구역을 수주하면 추후 한남4‧5구역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효과로 강남3구를 넘어 서울 핵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량진1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하기도 전이지만 노량진 뉴타운 가운데 대장주라는 이유에서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이 현장에 오가며 사업 참여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노량진 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시공사 선정을 앞둔 마지막 사업장인데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노량진역과의 접근성도 좋다.

이처럼 각 사업장별로 장점이 부각되지만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이전 대비 적극적으로 변한 까닭 중 하나로 해외사업 환경이 척박해진 점을 꼽는다. 그간 오미크론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각 정부의 재정악화로 발주가 감소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해외 원자재 쇼크가 더해지면서 해외 사업 분위기가 암울해졌다.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했던 점도 해외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제 1분기 국내건설사의 해외수주 금액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7%(13억6730만달러)나 줄어들었다.

해외사업 환경은 수익성 악화 등 난관이 산적해 있는 반면 국내 정비사업 수주환경은 낙관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를 공약으로 약속했고 이르면 이번주 이와 관련한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사들이 변수 큰 해외사업 보다 안전한 국내 시장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여건이 좋지 않아 국내로 눈을 돌리는 건설사가 많고, 그만큼 국내에서의 먹거리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사업성이 우수한 곳을 중심으로 대형건설사들의 빅매치가 성사되는 곳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