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차코리아, 배터리 용량 늘린 신형 PHEV 모델 출시···XC90 리차지의 경우 1억원 넘어
“반도체 수급난 상황에선 저가 모델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고가 모델 판매가 유리해”
판매량은 반도체 영향 적은 MHEV에서 많아···지난해 볼보 MHEV 판매비중 88%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로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한 볼보자동차가 반도체 부담을 줄인 판매 전략으로 실속을 취하고 있다. 고가 모델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방식을 적용해 수익성을 높이고, 주요 판매모델엔 반도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연료방식을 적용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13일 전기 배터리 성능을 강화한 XC90, S90, XC60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서 내연기관 모델을 판매하지 않는 볼보차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강화하며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볼보차코리아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된 신형 PHEV 모델은 순수전기모드로 최대 53~57km 주행이 가능하다. 이전 모델의 주행거리 30~34km보다 약 80%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각 모델의 판매가격은 이전 모델에 비해 200만원씩 오른 ▲XC90 리차지 1억1270만원 ▲S90 리차지 8740만원 ▲XC60 리차지 8570만원이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기차 출고기간이 길어지며 PHE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높은 판매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볼보차의 신형 PHEV도 마찬가지다. 비록 XC90, S90, XC60이 차급이 높은 고가라인에 해당하긴 하지만 신형 PHEV 모델의 판매가격은 웬만한 전기차 모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볼보가 이처럼 높은 판매가격에도 PHEV 모델을 출시하는 이유는 고가의 차량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PHEV는 가솔린 엔진과 더불어 전기모터까지 탑재해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이는 고부가가치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가모델 소비층은 가격 저항이 작아 기업 입장에선 높은 가격에 판매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에 용이하다”며 “특히 요즘 같이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저가형 모델을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적은 수량이라도 고가 모델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매량만 따졌을 때 지난해 볼보의 PHEV 모델은 전체 판매량(1만5053대)에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 PHEV 모델의 지난해 판매비중은 △S90 T8(148대, 1%) △XC60 T8(1062대, 7%) △XC90 T8(589대, 4%)다. 중형급에 해당하는 XC60 T8 판매량이 다른 준대형급 모델에 비해 높긴 하지만 10%가 되지 않는다.
볼보차의 주요 판매량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모델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지난해 볼보는 위에 언급한 세 모델을 제외하고 MHEV 모델에서 총 1만3254대를 판매했다. 대표적으론 ▲S90(3065대, 20%) ▲XC40(2755대, 18%) ▲XC60(2320대, 15%) 등이 있다.
흔히 MHEV는 전동모터가 엔진의 보조역할만을 수행해 풀 하이브리드(HEV)나 PHEV보다 적은 부품이 요구된다. 다른 친환경 모델에 비해 반도체 수급난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볼보 입장에서 MHEV는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반도체 수급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연료모델이다.
볼보는 이러한 판매 전략으로 반도체 수급난 상황 속에도 올해 1분기 판매량이 8% 감소하는 데 그쳤다. HEV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렉서스(22.2%↓) △토요타(18.3%↓) △혼다(9.7%↓)에 비하면 준수한 기록이다.
MHEV의 반도체 수급 부담정도와 관련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의 경우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에 많은 양의 반도체가 필요한데,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러한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부담이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