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 수주 못해···10대 건설사 중 유일
쟁쟁한 경쟁사들과 수주전 예고···고전 예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대우건설이 올해는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경쟁사들이 ‘1조 클럽’에 속속 가입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마수걸이 수주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예정된 수주전 역시 쟁쟁한 경쟁사들과 맞붙어 고전이 예상된다. 중흥그룹 인수 첫 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도시정비사업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10대 건설사 중 2분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한 건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지난해 1분기 신규 수주액 7366억원을 달성하며 수주 실적 1위에 올랐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벌써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1분기 기준 신규 수주액이 각각 1조8919억원, 1조6636억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와 삼성물산도 수주고 8000억원을 넘겼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사고 여파에도 정비사업 2건을 따내며 수주고 7000억원을 확보했다. 롯데건설(3458억원), SK에코플랜트(2122억원), 포스코건설(1781억원) 등도 수주 실적을 올린 상태다.
앞으로 수주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올해 실적을 가를 굵직한 사업장에서 쟁쟁한 경쟁사들과 대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올해 대우건설이 수주전을 준비 중인 주요 정비사업지로는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추정 공사비 5000억원) ▲신길우성2차·우창 재건축(3100억원) ▲한남2구역 재개발(9486억원)▲경기성남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1조2000억원) ▲노량진1구역 재개발(8600억원) 등이 있다.
대우건설은 흑석2구역에서 ‘래미안’을 앞세운 업계 1위 삼성물산과 2파전을 벌일 예정이다. 신길우성2차에선 GS건설과 맞대결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한남2구역은 삼성물산·DL이앤씨·롯데건설·포스코건설 등이 경쟁자로 거론된다. 예상 공사비만 1조원으로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수진1구역에선 현대건설·DL이앤씨·SK에코플랜트과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연말 시공사 선정에 나설 노량진1구역 재개발은 현대건설·GS건설과 3파전이 유력하다.
수주 부진에 지난달 취임한 백정완 사장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백 사장은 대우건설에 35년간 몸 담으며 주택사업담당, 주택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주택 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3조8992억원을 달성하는 등 주력 사업인 주택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역량을 인정받았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그룹 역시 백 사장이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 첫 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백 사장 입장에선 더딘 수주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은 2020년에도 1분기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했다. 그 해 도시정비사업 신규 누적 수주액이 8729억원에 그치며 업계 8위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분기에 수주고 7000억원을 확보한 덕분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마수걸이를 하지 못한 데다 향후 서울에서 벌어지는 수주전도 경쟁사들이 쟁쟁해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흥그룹에서 기대가 큰 만큼 백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