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규제 사실상 폐지···목표수준 상향 가능
시장금리 급등·새정부 정책 전환···예상 성장률 낮출까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선 가계대출 목표치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거시경제 조건과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사실상 폐지된 만큼 목표를 올려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고 새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 기조도 변화가 감지되는 만큼 금융지주가 목표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이달 말 올 1분기 실적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지주는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1645억원으로 추정됐다. 분기 예상 순익이 4조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올 한해 전체 실적에 있어 변수는 가계대출 증가율로 꼽힌다. 금융지주가 올해 초 밝힌 가계대출 성장 전망에 변화를 준다면 한 해 당기순이익 예상치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결산 실적발표회에서 금융지주는 올해 가계대출 목표 증가률을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내다본 바 있다.

KB금융은 작년 말 대비 올해 가계대출 목표 성장률을 5% 정도로 세웠다.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각각 4~5%, 4%로 잡았다. 하나금융은 3~4%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게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7%가 넘었던 것으로 고려하면 낮은 성장률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때문에 내린 판단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선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선 후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전형적인 이념적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오는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 이를 고려하면 금융지주는 올해 가계대출 성장률 목표 수준을 더 높여 잡을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됐다. 

반면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목표치를 더 낮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 물은 올 들어 증가폭이 커지더니 지난 3월부터는 더 크게 올랐다. 이에 올 초 2% 초반에서 지난 11일 3.18%까지 올랐다. 이에 이달 13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이 6.4%선으로 올라섰다. 

금리 상승세는 올 한해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준은 이미 통화 긴축정책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여러차례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렸다. 

금리 급등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사상 최초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조원이 줄었는데, 이는 3월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이에 시중은행은 총량 규제로 낮췄던 대출 한도를 다시 늘리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 방침에 변화가 발생한 점도 변수다. 윤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규제를 대폭 완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선 직후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조정 뿐만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완화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DSR 완화는 검토한 바 없다”라고 밝혔다. 또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LTV 완화는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규제 완화의 정도가 예상을 밑돌면 올 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연초라 대출 성장 목표에 변화를 주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다만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율 전망이 어두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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