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신차 공개하는 미국 뉴욕오토쇼 참가
팰리세이드, 미국 판매 법인 실적 개선 주역···지난해 8만대 넘게 팔려
美 현지 전기차 생산 거점 만들어 점유율 확대 기반 마련···2030년까지 11% 목표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더 뉴 팰리세이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더 뉴 팰리세이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꺼내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전략이 본격화된다. 현대차그룹은 고수익 모델인 대형 SUV를 중심으로 수익개선에 성공했으며, 향후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전기차 생산 거점을 미국 현지에 구축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14알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13일(현지시각)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오토쇼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 오토쇼에서 현대차그룹은 대표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팰리세이드는 지난 2018년 LA오토쇼에서 첫 공개될 당시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직접 챙길 만큼,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 모델이다. SUV와 큰 차가 강세인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형 SUV를 주력 모델로 선택했으며, 이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지난 2019년 팰리세이드는 미국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8만6539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78만7702대의) 약 11%를 차지했다.

팰리세이드 출시 이후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도 매년 실적이 개선됐다. 팰리세이드 출시 전인 2018년 HMA 순손실은 3301억원을 기록했으나, 2019년 2281억원으로 적자폭이 줄었고, 2020년에는 3001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조284억원 수익을 내며 대폭 실적이 개선됐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10만519대를 판매하며 K5, 쏘렌토보다 현지 판매량이 많았다. 기아는 지난 2019년 텔루라이드 판매 호조에 대응하기 위해 조지아 공장 증설에 나선 바 있다. 이를 통해 텔루라이드는 연간 6만4000대 생산에서 8만대로 늘어났고 지난 2020년에는 10만대까지 확대했다. 생산 물량 전부를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 美 전기차 생산 거점 연내 구축···GV70 EV부터 생산

정의선 회장은 대형 SUV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수익 개선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에는 전기차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공장 등을 방문해 전기차 생산 거점을 검토한데 이어 이번에는 뉴욕오토쇼에 참가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동화 전환 상황과 북미 자동차 시장 동향 등을 직접 점검한다.

특히 이번 정 회장의 출장과 맞물려,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HMMA)은 앨라배마 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3억달러(약 3700억원)를 투자하고,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올해 10월, GV70 EV는 12월 첫 생산을 계획 중이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 / 사진=박성수 기자
제네시스 GV70 전기차. / 사진=박성수 기자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53만대 전기차를 판매해 현지 점유율을 1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기차는 최근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로, 내연기관을 이어받을 차세대 자동차로 불리고 있다.

정 회장은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내연기관 시대에서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 뛰어넘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으며, 지난해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5, EV6, GV60 등 신차가 출시됐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25만2719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세계 전기차 판매 ‘톱5’에 진입했다.

지난 1분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에선 2만2768대, 해외에선 5만4033대를 판매하며 각각 전년대비 155%, 52% 성장했다.

◇ 정 회장의 이유 있는 美 사랑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사드사태 이후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부진한 가운데, 판매 및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 그만큼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 회장은 앞서 언급한 대형 SUV를 비롯해 미국 현지 상황에 맞는 차량들을 다수 선보이며 판매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21.6% 성장한 148만9118대를 판매하며 토요타, GM, 포드, 스탈란티스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다.

올해 현대차는 북미에서 전년대비 20% 증가한 99만대를, 기아는 16.9% 늘어난 89만20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정 회장이 미국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 자동차 판매 때문만은 아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로봇 스폿(왼쪽)과 아틀라스. /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로봇 스폿(왼쪽)과 아틀라스. /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이 전기차와 함께 미래 먹거리 핵심으로 꼽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사업도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관련해 미국 앱티브사와 합작해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을 설립했다. 모셔널은 올해 우버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어 내년에는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와 함게 미국에서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도 시작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모셔널을 방문해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아이오닉5를 직접 테스트하기도 했다.

로보틱스 사업과 관련해 정 회장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해 현지 경영진과 로봇 사업의 미래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로봇 전문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지난해 444억달러(약 54조원) 규모에서 매년 평균 32% 성장세를 기록해 오는 2025년 1772억달러(약 21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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