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요 계열사 CEO들 직원들과 적극 소통 나서며 조직 문화 바꾸기에 안간힘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 CEO(최고경영자)들이 잇달아 직원들과 소통행보에 나서고 있다. MZ(1980년대~2000년대 생) 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늘려 불만에 미리 귀 기울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삼성SDI에 따르면 최윤호 사장은 전날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주제는 ‘소통과 협업’이었다. 33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는데 질문이 600여건에 달했다. CEO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의견표명에 적극적인, 최근 직장인들의 달라진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불편한 이야기를 빼고 ‘뻔한 이야기’만 주고 받는 형식적 소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 사장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소통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임금협상, 남성 육아휴직 사용, 성과급 등 과거 기준으론 껄끄러운 질문에도 답을 내놨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전에 없던 새로운 형식이 신선하고 좋았다”며 긍정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 사장은 부임한 4개월 동안 임직원 간담회를 약 30회에 달할 정도로 여는 등 직원들과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CEO의 모습은 또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볼 수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및 대표이사 사장 역시 직원들과 소통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경 사장은 이전부터 삼성 내부에서 ‘소통왕’으로 불릴 정도로 직원과의 소통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인사 때 그를 삼성전자 대표에 앉힌 것도 소통 능력을 통해 딱딱했던 DS부문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을 정도다. 한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경계현 사장이 직원들 말을 잘 들어주고 소통할 자세가 된 사람으로 평가받는 건 맞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소통 행보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한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업무환경 등과 관련한 건의사항에 직접 답하는 등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4월 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을 JH라고 불러달라고 한 이후, 이메일을 보낼 때도 계속해서 JH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삼성 계열사 CEO들의 이 같은 행보와 직원들의 모습은 과거 삼성의 모습을 생각할 때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복수의 삼성 계열사 직원들에 따르면 과거 삼성에선 업무 환경 및 내부 불만 문제에 대해 쉽게 이야기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CEO와의 대화에서도 불만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격세지감이란 것이다.
이처럼 삼성 계열사 CEO들이 소통행보에 나선 것은 최근 변화된 기업문화에 적응하고 직원들의 불만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문화 변화는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이 과거 제조업 문화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특히 최근엔 불만을 억누르게 하는 경직된 기업문화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고, 또 이로 인한 부작용이 경영 리스크도 상당해 상당수 대기업이 직원들과 요식을 넘어선 소통에 나서려고 애쓰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힘을 받기 위해선 CEO 뿐 아니라, 임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문화 개선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차 역시 정의선 회장의 의지와 더불어 임원들의 적극 협조와 노력이 주요 변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