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에서 케빈 로버츠 회장과 면담
올해 2월 전경련과 통합 필요성 강조하며 헤리티지 재단 언급한 바 있어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 사진=각 단체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 사진=각 단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미국 헤리티지 재단을 방문해 케빈 로버츠 회장을 만났다.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통합 추진 입장을 밝히며 언급했던 그 단체다.

경총에 따르면 손경식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헤리티지 재단에서 케빈 로버츠 회장과 한미 양국 현안과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의 대표 연구 및 학술기관으로 로비활동 등을 통해 정부 정책수립에 영향을 준다. 경제, 외교, 보건, 국제무역 등 총 14개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맡고 있는 설립자 에드윈 퓰너는 김승연 한화 회장과 40년 지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와 함께 에드윈 퓰너를만나 만찬을 함께 한 바 있다.

손 회장의 이번 헤리티지 방문이 관심을 끄는 건 이번 방문이 재계에 흘러나오는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설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지난 2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일한 경제단체가 2개가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단체를 통합해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국가 미래를 밝혀주는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지 2달 만에 직접 헤리티지 재단을 찾은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한국에서도 전문적인 연구와 조사활동을 기반으로 국가발전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싱크탱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헤리티지 재단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이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 재단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경총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헤리티지 재단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이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 재단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경총

경총과 전경련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연구기능이다. 전경련은 현 정부에서 패싱으로 조직 자체는 쪼그라들었지만 연구기능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손 회장은 경총이 5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2020년 “경총이 종합경제단체로서의 새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당시 회자되던 방법론이 연구기능 강화였다. 손 회장은 이후 2021년에도 공개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총과 전경련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이번 정권에서 기업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대변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며 재계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재계에선 전경련과 경총 통합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정부부처 및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뿌리를 둔 정부부처가 다르다는 점이 통합에 있어 어려운 요소가 될 수 있다. 전경련은 산업통상자원부를, 경총은 고용노동부를 소관단체로 한다. 어느 부처의 단체로 통합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종합경제단체로 통합하게 될 경우 경총이 맡고 있는 노사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두 단체 통합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손 회장이 띄우고 있고, 전경련은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이 끝나가면서 전경련이 다시 과거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때 위기였던 전경련이 독자생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통합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다만 전경련이 더욱 확실한 위상회복을 위해선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을 끌여 들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매년 나오는 경총과의 통합설과 관련 전경련 측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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