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인터뷰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투자 가치가 있는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눠 구매하고 가격이 오르면 언제든지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플랫폼 활용에 적극적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기관투자자들도 아트테크 플랫폼들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지난 2016년 회계사 출신이자 간송미술관 운영매니저로 근무한 김재욱 대표가 설립했다. 지난 2018년부터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선보였다. 아트앤가이드는 국내 최초 미술품 공동구매를 성사시킨 업계 1위 업체로, 매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아트테크 분야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신규 사업 진출을 알렸다. 미술품 담보대출, 아트펀드 등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할 미술 금융상품과 미술품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인테리어 사업 등이 그 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국내 아트테크 분야에서 아트앤가이드와 경쟁할 플랫폼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업계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미술 분야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야요이 쿠사마, Nets, 1999, Acrylic on canvas, 73x61cm'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14일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야요이 쿠사마, Nets, 1999, Acrylic on canvas, 73x61cm'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아트테크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미술 작품을 컬렉팅하고 있고, 버는 돈의 대부분을 그림 컬렉팅에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술품을 투자의 목적으로 접근하게 된 계기는 회계사로 근무할때 미술품을 투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이후부터다. 작품 가치를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과 단순히 리서치를 통한 페이퍼로 접근하는 것은 괴리가 너무나 크더라. 

또 단순한 컬렉팅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려니 작품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구매할 수가 없었다. 회사원 월급으로는 절대 구매할 수 없는 비싼 미술 작품을 여러명이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졌다. 전문적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의 영역으로 점차 시야가 넓어졌고, 지난 2016년 열매컴퍼니를 설립하게 됐다.

-올해 열매컴퍼니의 신규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열매컴퍼니는 보통 투자 유치금액의 90%를 신규 미술작품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에서 전략적 투자자(SI)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투자사들과의 전략적 협업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올해는 유치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초 인수한 오픈마켓 플랫폼 ‘버즈아트’를 통해 NFT(대체불가토큰) 및 미술품 인테리어 사업으로 비즈니스 분야를 넓히게 됐다. 이전엔 작가들이 작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버즈아트 플랫폼에서는 작가의 미술품 저작권을 활용해 새로운 아트상품을 제작하거나 인테리어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린트를 만드는 등 작가의 미술품 이미지를 다양한 분야에 결합해 판매한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미술품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사업을 더욱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아트앤가이드의 공동구매 작품 매각 상황./표=정승아 디자이너
아트앤가이드의 공동구매 작품 매각 상황./표=정승아 디자이너

-아트테크 열풍에 대해 '잠깐 반짝하는 시장'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트테크 시장이 아직까지는 성장하고 있지만 정체되는 시기가 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그 방법 중 한 가지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미술 금융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미술품 담보대출상품을 만들게 됐다. 미술 금융상품을 통해 아트테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기획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국내에서 미술 금융은 생소한 단어로만 여겨져 왔다. 미술품 담보대출은 저축은행에서만, 아트펀드는 소수의 금융사만이 취급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금융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지식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고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미술품 투자에 ‘조각투자’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최근 20대부터 50~60대까지 전 세대에서 투자자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트테크 열기에 힘입어 미술작품과 연계한 금융상품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과 친밀도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술 금융상품은 언제쯤 출시될 수 있을까.

시리즈 A 펀딩 이전인 지난해 초부터 미술 금융상품 출시를 위한 플랫폼 개발 및 인력 충원에 돌입했다. 현재 플랫폼 구축은 완료된 상태다. 라이선스만 취득하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단계다. 라이선스 취득이 이뤄지면 DS자산운용과 아트펀드 등 새 금융상품 출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이달 안에 라이선스 신청이 들어가면 올해 7월~8월에 취득 여부가 나온다. 이르면 하반기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2일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다은 기자
12일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다은 기자

-지난해 비약적인 매출 성장을 일궜는데, 올해 목표하는 바는.

아트앤가이드는 설립 이듬해인 지난 2019년 1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엔 약 173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올해는 목표 매출액을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으로 잡았다. 이미 올 1분기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난하게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내년 상반기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 요건은 충분히 충족한 상태라고 자신한다. 상장에 성공하면 신규 사업들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IPO가 순탄히 진행될 경우, 회사가 몸집이 더욱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트테크 플랫폼 중 첫 상장 기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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