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후보자로 내정
제주지사·3선 의원 출신, 정무적 적임자로 꼽혀
국민의힘 소장파, 민주당과 조율 기대
차관 후보로 심교언 부동산TF 팀장 거론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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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깜짝 지명됐다. 새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실현되려면 야소여대 정국을 넘어야 하는 만큼 제주지사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 후보자의 정치 관록에 기대감을 거는 모양새다. 

◇尹, 정무적 능력 주목···전문가들 “정책 집행하는 리더 역할 중요한 시점” 

11일 정치권 안팎에선 원 후보자의 국토부 장관 내정을 두고 예상 밖 인사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원 후보자가 부동산 관련 접점이 거의 없어서다. 국회위원 시절 상임위원회 활동을 외교통상위나 지식경제위에서 했을 뿐 부동산 정책을 관리하는 국토위에선 경험이 전무하다. 인수위가 꾸려진 뒤 국토부 장관 하마평에 오른 적도 없다.

당초 국토부 장관 후보군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경환 서강대 교수(전 국토부 1차관)와 인수위 부동산 테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거론됐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부동산뿐 아니라 국토·교통까지 다루는 영역이 많은 만큼 부동산·주택에만 역량이 집중된 인물을 첫 장관 후보자로 정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사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 후보자의 정무적 능력에 주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임대차3법 개정, 각종 세제 완화 등 윤 당선인이 추진 중인 부동산 정책이 실현되려면 172석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원 후보자는 국민의힘 소속임에도 원조 소장파로 더불어민주당과 소통이 원활한 인물로 꼽힌다. 정책 추진에 있어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항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직접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실무진 수준이 아닌 필요한 정책의 효율적인 선별과 집행을 최대한 지원하는 리더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전문가의 진위를 구별하고 그들의 의견에서 적절한 정책안을 수용해 추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를 지내며 제주형 스마트시티 건설과 부동산투기 대책 등 행정을 다뤄본 경험이 있고, 인수위를 이끌며 정책을 총괄했기 때문에 전문성 측면에서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250만호 공급 집중···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신중 모드 

원 후보자는 당장 집값 안정을 위해 윤 당선인이 공약한 주택 250만호 공급과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당선인은 ▲민간 주도 임기 내 250만 가구 건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1주택자 재산세 완화 ▲지역 관계없이 LTV 70% 단일화 ▲소형 아파트 매입임대 등록제 확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개편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다만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자칫 투기 수요를 자극해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 후보자는 이날 경기 과천정부청사에 출근하는 길에 “지나친 규제 완화,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완화 공급은 윤 정부 미래 청사진에 없다”며 “매우 안정감 있고 예측 가능하고 실제 수요에 맞는 현실적 공급 대책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차관 후보로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팀장···“원 후보와 오랜 기간 발맞춰” 

원 후보와 발을 맞출 차관 후보로는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 팀장이 거론된다. 학계에서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심 팀장은 대선 기간 국민의힘에서 부동산 정책을 자문하는 경제정책추진본부 위원을 맡아 ‘민간 주도 부동산 공급정책’을 설계했다. 지난달 24일 부동산TF 팀장으로 내정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구상을 총괄하고 있다.

심 교수는 2010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한 원 후보의 부동산 정책 관련 자문을 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각 부처 차관 인사가 장관의 추천으로 이뤄지는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위 합류도 원 후보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오랫동안 발을 맞춰 온 만큼 차관이 된다면 원 후보자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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