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횡령 혐의에 따른 재판·정권 교체 등 변수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지주형 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했지만 정권 교체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도 정치자금법 위반·횡령 혐의 등을 이유로 구 대표가 이끄는 KT의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내걸었고 구 대표는 임기 마지막해 지배구조 개편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구조 개편이 정권 교체 시기에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 나온다. 구 대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구 대표는 현재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횡령 혐의 등을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외풍도 구 대표 연임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에 따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는 등 정치적 외풍에 휘둘려왔다. 구 대표는 취임 당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정권 교체 후 KT 사장이 연임을 포기하거나 검찰 수사로 사임하는 일이 반복됐단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 압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KT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결정된 후 차기 정권 눈치 보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비씨카드, 케이뱅크 등 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는 탓에 ‘일반지주회사’로 전환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을 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KT가 사실상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면서 유·무선 통신, 미디어, 금융,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 부문을 거느리는 방식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구 대표도 이를 염두에 두고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콘텐츠 쪽은 작년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묶어냈고, 금융은 BC카드 아래 케이뱅크가 달린 모양새다. 앞으로 사업구조 조정 측면에서 지주형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KT는 중간지주사 성격의 컨트롤타워를 만들며 지주형회사로 전환을 준비해왔다. 콘텐츠 분야에선 지난해 3월 미디어·콘텐츠 분야 전문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해 산하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과 스토리위즈, 미디어지니, 지니뮤직 등을 배치했다. 금융분야에선 BC카드 아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배치하는 등 사업부문별 자회사를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클라우드 분야에선 지난 1일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을 떼어내 KT클라우드를 출범시켰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배구조개편은 국내 규제 환경 및 방대한 KT 조직을 감안하면 향후 규제 회피 및 조직 슬림화를 기대할 수 있는 묘안“이라며 ”핵심사업 위주로의 사업구조 개편, 수익성 향상도 기대된다. KT의 본원적 약점을 제거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