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G 등 주요 대기업들 올해도 별도 창립기념행사 없이 넘어가···계열사 독립경영 및 실용강조 분위기 반영
사회공헌 인사들 수상하는 삼성 호암상은 명맥 유지···올해는 온·오프라인 중 어떤 방식 택할지 논의 중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 사진=각 사 및 연합뉴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 사진=각 사 및 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도 창립기념일 등 연례행사들을 조촐하게 치르고 넘어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라기보다 실용을 강조하게 된 분위기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일 SK에 따르면 이날 SK그룹 창립 69주년을 맞이했지만 별도 행사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대신 온라인에서 최태원 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메모리얼 데이’을 갖는다.

SK그룹은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창립기념 행사를 조용히 치르고 있었다. 2013년엔 최태원 회장 부재 속에서도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이후엔 별도 행사 없이 사내방송으로 내부 각오를 다지거나 최 회장이 그룹 내 다른 행사에 참석하는 것 등으로 대체해 왔다. 그러다 2018년부터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는데 사실상 온라인 행사다. SK관계자는 “올해도 창립기념일 관련 별도 주요 일정은 없다”고 전했다.

LG그룹 역시 지난 달 27일 창립 75주년을 맞이했지만 별도 행사 없이 구광모 LG회장의 영상 메시지로 대체했다. LG그룹은 2013년부터 창립기념행사를 갖지 않고 4월 둘째 주 금요일을 전계열사 휴무일로 지정했다. LG그룹은 창립 70주년이었던 2017년에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이었던 72주년에도 별도 행사를 갖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창립 54주년이었던 현대자동차그룹도 별도 기념행사는 갖지 않고 대신 직원들에게 창립기념 휴무를 줬다. 현대차도 코로나19 이전부터 창립기념행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고 올해도 작년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창립기념행사를 대하는 그룹사들의 이 같은 모습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기에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해석이다. 오히려 이 같은 현상은 실용을 중시하는 문화 확산과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대기업 인사는 “코로나19 전부터 원래 창립기념행사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창립기념행사에 무게를 두지 않는 것은 재계 1위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다만 삼성호암상 시상식은 그나마 재계 주요 행사 중 명맥을 유지하는 행사로 꼽힌다. 지난해엔 온라인으로 열렸지만, 이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 것이지 행사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호암재단 측의 설명이다.

삼성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선생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다. 호암재단은 올해까지 학술, 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업적을 이룬 64명의 수상자들에게 총 307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호암상 시상식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家)가 총출동하는 행사로 유명했다. 그러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엔 이재용 부회장이 대표 참석해 왔고 국정농단 사태 이후엔 사실상 삼성가 참석 없이 이어져왔다.

한편 다음 달 31일 열릴 호암상 시상식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다음 달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할지 오프라인으로 할지 등 여러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