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개정 사안, '172석' 더불어민주당 협의 필수
인수위, 다음주부터 국책은행 지방이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논의
"산은 이전 중점 검토···다른 국책은행·금융 공공기관 이전 방안 모색"
금융 노조,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 구성···"인재 이탈과 업무 비효율 우려" 강력 반발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이어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을 언급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법 개정 사안인데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도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두 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공기업 이전이 본격 논의될 수 있어 기관 안팎으로 긴장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역균형발전특위 주도로 이르면 다음주부터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본격 논의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그간 지역균형특위 내에서는 특정 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당선인이 강조했던 부산 지역의 대표 공약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시도 공약집을 보면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본사 이전을 명시한 곳은 산은이 유일하다. 그만큼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는 의미다.
인수위는 공약 취지가 부산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것인 만큼, 산은 외에 다른 국책은행과 금융 공공기관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금융기관 중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으로 또 이전할 수 있는 곳이 있을지는 앞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도 당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산은은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시킨다고 제가 약속을 했으니까 그대로 추진한다"며 "지역에 대형 은행들이 자리 잡아야 지역 균형발전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산업은행을 포함해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매 선거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경우 산은 부산 이전을 계속 공언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진짜 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당선인이 여러 차례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 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수협중앙회 지부를 중심으로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섰다.
지난 1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은행 이전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며 "국익 훼손, 금융산업 퇴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라고 비판했다. 지방 이전으로 인한 실익보다 인재 이탈과 업무 비효율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산은 지방 이전 공약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오기형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에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