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 “현재로선 위험, 정치방역” vs 일부 전문가 “정부가 방역조치 완화해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4일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4일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확산세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주 후 방역조치 완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진자 감소 추세를 인정하면서도 방역조치 완화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2만7190명 늘어 누적 1400만1406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23만4301명)에 비해 10만7111명 감소하면서 지난 2월 22일(9만9562명) 이후 41일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보였다. 통상 주말 검사 수 감소 영향으로 주 초반인 월요일 확진자가 가장 적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확진자 감소 추세와 맞물리면서 감소 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18만7182명과 비교하면 5만9992명, 2주 전인 21일 20만9124명에 비하면 8만1934명 적다. 이날 집계된 위중증 환자는 1108명이다. 사망자는 218명이다.  

코로나 감소 추세에 따라 정부는 4일부터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을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은 오후 11시에서 1시간 연장했다. 특히 향후 2주가 경과되면 정부는 영업시간, 사적모임 등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고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견해를 달리한다.    

우선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3월 17일 기록한 62만명 신규 확진자 수치를 정점으로 판단하고 이후 감소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스텔스오미크론 확산이라는 변수와 오늘부터 정부가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고 영업시간을 연장한 조치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 긴장감을 놓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누적 확진자가 1300만명으로 집계돼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오미크론에 스텔스오미크론이 합쳐진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XE’는 현재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위험요인은 있다”고 경계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2주 후부터 실내 마스크를 제외한 방역정책을 해제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현재로선 위험하다”며 “문재인 대통령 퇴임식과 관련된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도 야외에서 사람이 없을 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면서도 “하지만 공식적으로 실외에서 마스크 미착용을 허용하면 아직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오늘 신규 확진자 12만명 수치는 주말효과지만 주말효과가 나오는 것도 확진자가 감소한다는 방증”이라며 “확진자 숫자는 일정 기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서 남겨 놓은 것이 없다”며 “정부로서도 그동안 할 만큼 다했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만 남겨놓고 방역을 완화하는 것에 일부 찬성하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이번 주는 확진자 최대치가 30만명을 넘고 10만명대가 이어질 것”이라며 “높은 규모로 오래 가는 것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은 10만명대에서 30만명대로 확진자가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분석된다. 그는 “변이바이러스 ‘XE’의 경우 이제 시작이고 국내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사망자와 위중증환자 정점은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정부 집계에 안 잡히는 코로나 사망자가 많을 것”이라며 “사망자 정점은 최소 1-2주 더 진행되며 집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를 감안하면 1달 정도 더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전 국민의 40%에 해당하는 2000만명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천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정부 방역조치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하지만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며 “단, 실외의 경우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밀집하지 않은 곳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한국 의료체계는 향후 코로나 확진자를 격리하지 말고 병의원에서 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6일에는 확진자가 30만명을 넘는 등 이번 주에도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에서 30만명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는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폭증하던) 과거처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끌고 갈 수 없다”며 “일단 방역조치를 완화했다가 만약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조치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하지만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기간”이라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하려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즉 확진자 감소 상황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섣불리 실외 마스크 허용 등을 거론하는 정부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경제계 반발과 현 정권에서 코로나를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는 여러 상황과 본인 건강 등을 고려해 스스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