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에 보건부·복지부 분리 탄력 가능성···의료계 중심 필요성 제기
“융복합 시대, 부처수 줄여야”···“질병청과 관계·인구문제 종합 고려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 작업에 들어가면서 보건복지부 분리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여성가족부 폐지 방향이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과 함께 보건복지부 내에선 융복합시대 큰 부처로 가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정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수위는 전날 정부 부처 및 기관 53곳에 대한 업무보고를 마쳤다. 인수위는 보고 내용을 토대로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일단 인수위 측은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현 단계에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고 다음달 초순 쯤 개략적인 초안이 나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관가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어떤 식으로든 연계돼 개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후보시절 여가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수위는 여가부 업무보고에서 발전적 개편방향에 대한 부처 입장을 듣고 여가부 관련 공약 실천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두고 여가부 전면 폐지가 확정적이란 전망과 함께 가족 분야 업무는 보건복지부 쪽으로 넘어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가족 기능 포함 vs 보건·복지 분리···보건복지부 개편 시나리오

보건복지부 개편 방향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기존 보건복지부에 여가부의 가족 기능을 흡수한 단일 부처로 남는 방안과 가족 기능을 포함한 복지부(가족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흡수한 보건부로 나뉘는 방안이 각각 제기된다.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고 의료 분야 육성에 효과적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조직학회와 한국행정개혁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김은주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기능을 분리하고 보건부 소속으로 질병청을 배치해 보건 부문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내에서 부처 분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조직 개편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 전체 조직을 큰 흐름을 봐야 하는데 여가부 폐지란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건복지부 조직 개편이 진행되고 있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융복합 시대, 소통과 변화의 시대에는 대부처주의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부처수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분리 독립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 조직은 18부 5처 18청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1부, 11성으로 돼 있고 성 아래에 여러 청을 두고 있다. 우리의 보건복지부 격인 후생노동성에서는 보건, 복지, 노동분야를 관할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없는 미국의 경우 단순하게 15부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 내부에선 전문성 향상을 위해 일본처럼 차관을 여러명 두는 것도 바람직하단 의견이 나온다. 

◇질병처 승격시 논란 가능성···종합적 관점서 부처개편 논의해야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할 경우 질병청과의 관계, 여성가족부의 개편시 복지분야와의 관계,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부서의 신설 문제 등 종합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단 진단이다. 

코로나 사태로 질병 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질병관리청을 질병관리처로 승격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질병관리처로 승격하면 독자적 정부입법안 발의가 가능해지는 등 독립성과 권한이 커진다. 하지만, 질병관리처 승격이 장점만 있는 게 아니란 반론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은 전부처의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위상이 높아진다고 청을 처로 이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질병청을 질병관리처로 승격시키면 다수의 청들도 처로 승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간 인재 영입도 적극적으로 나서 업무능력을 높여야 한단 조언이다. 보건복지부에는 현재 의사, 약사,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고 개방형 직위를 통해 민간에서 능력있는 인재도 수혈하고 있다. 분리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운영이 중요하단 분석이다. 

실리적인 면을 봐도 보건복지부를 분리하면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 모두 얻을 게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부처 규모가 작아지면 정부 내 목소리나 예산을 끌어오는 데 있어 불리하단 인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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