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시장 공략···한국인 입맛 맞춰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왼쪽)와 레츠 광고모델 박정민(오픈쪽)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L&B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왼쪽)와 레츠 광고모델 박정민(오픈쪽)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L&B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L&B가 와인에 이어 발포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레츠 프레시 투데이’(레츠)를 통해 갈수록 커지는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문화와 국산 발포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발포주 후발주자로서 신세계L&B가 선두주자인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벽을 뚫고 시장 안착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30일 신세계L&B는 베일에 쌓여있던 신규 발포주 브랜드 ‘레츠’를 공개했다. 그간 와인을 주력으로 했던 신세계L&B가 자체 발포주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츠는 스페인산 발포주로 높은 보리 함량을 통한 몰트(맥아) 맛과 가성비가 특징이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 비율이 10%미만인 술로,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맥주 세율은 72%지만 기타주류 세율은 30%여서 맥주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신세계의 첫 발포주 레츠, 편의점부터 판매 시작

레츠의 맥아 비율은 9%,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발포주 첫 포문을 열었던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오비맥주의 필굿 알코올 도수와 동일하다. 레츠 가격은 편의점 기준 1800원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산 맥주(약 2500원)와 국산 발포주(약 1600원)의 중간 가격이다.

국내 발포주 브랜드 현황. 캔 발포주 500㎖ 기준. 가격은 편의점 판매가 기준.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발포주 브랜드 현황. 캔 발포주 500㎖ 기준. 가격은 편의점 판매가 기준.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세계L&B가 출시한 발포주 레츠.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L&B가 출시한 발포주 레츠. / 사진=한다원 기자

레츠는 500㎖ 용량으로 출시됐다. 점차 용량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현재 주요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에 공급이 시작됐고,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에 돌입한다. 

우창균 신세계L&B 대표는 “맥주 시장에 이렇다 할 신제품이 없어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레츠가 침체된 맥주 시장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기환 신세계L&B 영업담당 상무(COO)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불경기와 매출 감소가 자연스럽게 저가 발포주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에일이나 크래프트, 흑맥주의 판매는 줄어든 반면 라거맥주는 오히려 신장하는 등 청량하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입맛에 따라 구매성향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12월 수입맥주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1분기 한 캔에 2000원 이하인 발포주 매출은 전년대비 약 40%가량 증가했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혔다. 

◇과거 주류 사업 실패 경험, ‘레츠’는 어떨까

신세계L&B는 발포주에 앞서 이미 서머블리스, 시트라델릭, 부두레인저 등을 통해 맥주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L&B 실적을 보면 매출, 영업이익은 수년째 상승했지만 이는 주력 상품인 와인 때문이란 분석이다. 

신세계L&B 실적 추이. 2021년은 업계 예상치. / 자료=신세계L&B,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세계L&B 실적 추이. 2021년은 업계 예상치. / 자료=신세계L&B,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 외에도 신세계는 ‘정용진 소주’라는 별칭으로 제주소주, 푸른밤 등을 론칭했지만 시장점유율 0.2%란 저조한 성적으로 출시 5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당시 신세계영업적자는 2016년 19억원에서 2019년년 141억원까지 커졌다. 적자 속에 6번의 유상증자로 670억원을 주류에 투자한 바 있다.

신세계L&B는 올해 레츠 목표 매출을 100억원, 전체 맥주 시장 점유율의 30% 이상을 가져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주류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매출 비중은 맥주(32%), 소주(55.44%)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발포주를 포함한 기재주(기타주류)는 3.62%에 불과하다.

특히 신세계L&B가 ‘가성비’를 내세운 것과 달리 레츠 가격은 국산 발포주 대비 200원가량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마 상무는 “레츠는 퀄리티를 높인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단순히 타 제품과 비교하기 어렵다”며 “맛 대비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신세계L&B의 발포주는 아직 시작 단계라 어떻게 사업을 전개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기존 주류 전문 기업들도 발포주는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라 신세계가 왜 발포주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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