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로 집값 불안정 우려 커지자 규제 동시에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시기 앞당기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해 투자세력 유입 차단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임기 내 47만호 주택 공급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시장에 규제완화와 함께 규제강화를 동시에 내놓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완화 공약이 주목받으면서 서울 강남구·서초구 등이 8주 만에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집값 불안정 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할 만한 집값 안정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규제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 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이행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변 재건축 층수 완화책을 내놓는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것처럼, 허가제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 8개 동에서 일정규모 이상 주택이나 토지, 상업시설 등의 경우 실거주나 직접영업 등의 목적을 가진 자만이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거래할 수 있다. 이를 정비사업 단지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해 정비사업지역에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다. 전세입자가 들어가있는 매물을 사들이며 투자금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갭투자 매수 길이 막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제한되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시기를 이보다 앞선 안전진단 통과 직후로 앞당기는 방법도 거론된다. 현재는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일로부터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조합원 지위양도를 제한하는 형태다. 거래제한을 두는 시기를 현행보다 더 앞당기면 사업진행에 대한 불확실성과 투자금 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투자자들이 유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정비사업 규제완화와 규제강화를 동시에 내놓으면 규제완화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단기적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동시에 나온다면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두 방법 모두 어렵지 않게 여야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시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기시행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집값 안정책으로 논의했던 사안이다.
다만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기시행은 잡음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원들의 재산권 행사가 묶이는 단점이 있어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묶이면 가수요 차단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고 불가피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헐값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같은 내용으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도 했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재산권 침해라며 반대하며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