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통합 시너지 강조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ARM 인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낸드플래시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효과를 높이고 자회사 ‘솔리다임’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박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4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와 만나 ARM 공동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팹리스 회사인 ARM은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나스닥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정호, ARM 인수 관련해 "전략적 플레이어와 연대 필요, 노력 중"
박 부회장은 “엔비디아가 혼자 ARM을 단독으로 인수한다면 좋을 것이 없다. ARM은 IPO 준비도 하고 있지만, (인수를 위해) 전략적인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ARM을 가져갈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연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스퀘어가 ARM 전체를 사겠냐. (현실적으로) 돈이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부회장은 지난 28일 열린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도 ARM 투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SK스퀘어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ARM 인수 계획에 대한 주주 질문에 “사고 싶다”고 말했다.
◇솔리다임 통합 효과 극대화에 박차···"규모의 경제 넘어서는 시너지"
박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효과 극대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양사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통합과 합동 연구개발(R&D), 거점별 기능 최적화에 집중해 D램 사업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D램 비중은 71%다.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은 폭넓은 고객 잠재력과 가격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다. SSD 사업을 통합하고 판매 채널을 단일화해 SSD 사업에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며 “통합 R&D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솔리다임에는 각 거점별 최적의 기능을 집중한 글로벌 운영 체제가 있다. 솔리다임 통합으로 한국과 중국을 넘어 글로벌 오퍼레이션 체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각각 14.1%와 5.4%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19.5%로 2위 업체인 키옥시아(19.2%)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게 되는데, 2위 도약을 넘어 낸드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확대 목적이 아닌 글로벌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엽 관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다”며 “솔리다임과 통합은 단순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넘어서는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추후 솔리다임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 이점이 크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의 100%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는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사람들을 데려오고,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에는 시간이 걸린다.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 낸드 사업부 구성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나의 회사로 잘 만들어서 낸드 솔루션과 회사가 보여줄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실적을 쌓으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주총에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8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과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