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개정 결론 못 내고 논의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지난해 KT 전국 통신장애 사고 이후 통신3사와 ‘통신 약관’ 개정 논의에 나섰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사업자 반발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주요 서비스별 손해배상 약관 개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25일 KT의 전국 유·무선 통신장애 사고 관련 후속조치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KT 혜화타워(혜화전화국)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통신장애 사고 후속대책 논의를 마친 뒤 소비자에 불공정한 약관 개정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구 대표는 “약관상 3시간이란 기준은 오래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은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협의해서 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서비스별 이용 약관에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월 누적 6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될 시’ 손해배상하고 피해시간 또는 일 요금 6~8배를 배상액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년 전에 정해진 탓에 국회 안팎에서도 현실에 맞지 않는단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직 방통위와 약관 개정에 대해 논의 중이다. 사업자마다 의견이 다른 상황이지만 정부에서 정하면 사업자들도 따르지 않겠느냐”면서도 “사업자들은 정부가 (손해배상 기준을) 2시간으로 결정할 경우,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하는 등 부담이 적지 않다”고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 내 약관 개정 논의를 이끌던 이소라 방통위 이용자보호과 과장이 최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참여함에 따라, 약관 개정의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통신3사 약관 개정과 별개로 법 개정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과방위 소속 변재일(민주당), 양정숙(무소속) 의원은 통신사에 유리한 약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변 의원안은 약관 신고 시 요금반환 및 손해배상 방법 포함을 의무화하고, 통신사의 명백한 중대과실로 통신 장애 및 중단이 발생할 경우, 방통위가 이용자 신규 모집 금지·이용자의 해지 요청 시 위약금 면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양 의원안은 전기통신역무의 중단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보면 사업자와 이용자가 손해배상의 기준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들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과방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사업자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인 만큼,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분석이 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 등 검토의견서에서 특별한 문제 지적은 없었다. 다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도 “법안소위에 회부돼야 하는데, KTOA만 일부 이견 있는 걸로 여야 간사가 쟁점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