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에 ‘산업안전보건’ 분야 교섭권 인정
지회 “교섭 요구 이어갈 것” vs 현대제철 “행정소송 검토”
“중노위 판결 노사 관계에 혼선 제기”

지난 13일 현대제철과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극적으로 합의하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 불법점거를 해소했다. 사진은 지난 8월25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사측에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작년 8월 25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사측에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면서 현대제철 노사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비정규직지회는 단체교섭권이 인정된 만큼 교섭요구를 이어갈 전망이고, 현대제철은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5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 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히면서 비정규직지회(하청노조)의 현대제철(원청)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했다. 

이번 중노위의 판정은 초심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작년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비정규직지회의 구제신청에 대해 “현대제철이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비정규직지회가 교섭권을 요구한 △산업안전보건 △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관련 협의 등 4가지 의제 중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있어서만 교섭권이 인정됐다.

비정규직지회는 단체교섭권을 인정받은 만큼 작업장 내 안전에 대한 교섭 요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달 들어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5일 예산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인해 숨진 노동자는 현대제철의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준 업체 소속이었다. 중대재해법은 원·하청 등 고용관계와 무관하게 작업장을 실질적으로 운영·관리·지배하는 사업주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충남지부 관계자는 “자세한 건 판정서를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방노동위원회가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내린 결정을 엎은 것이고 근로관계를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 안전상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교섭 요구를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대제철의 노사관계 리스크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작년에도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지회와 갈등을 빚었다.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 자사 직고용을 요구하면서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52일간 무단으로 점거하는 등 갈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 중노위의 판결이 기존 법리와 달라 기업과 하청노조 모두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팀 관계자는 “교섭당사자가 되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교섭이 틀어지면 조정신청부터 파업권까지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작년에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당진제철소를 불법점거 했을 때, 법리적으로 따지면 다른 기업 소속 사람들이 점거를 한 것이다. 근데 이번 중노위 판결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안전보건 교섭 요구를 위한 점거라는 식의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 분야만 교섭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법리적인 문제다. 대법원이나 고용노동부는 직접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근로자에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중노위가 법리적으로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업계에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이번 중노위의 결정에 행정소송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결정문을 받은 후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모든 절차를 통해 충분히 관련 사실에 대해 소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도 “지금은 산업안전보건 분야만 교섭권을 인정받았지만, 그 의제별 구분을 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 인정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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