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8개월 연속 기술신용대출 잔액 1위
잔액 2위 KB국민은행, 한달 새 약 8500억원↑···증가세 두드러져
은행권, 기업대출 확대 움직임…“잠재 우량고객 확보 가능”

기술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의 성장세가 다시금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잠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다. 특히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잔액 규모에서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은행권의 기술금융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월 기준 320조50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지난해 1월부터 매달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꾸준한 증가세에 힘입어 작년 11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320조8922억원을 기록했지만 다음달 12월에는 316조3615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이후 올해 들어 다시금 증가세로 돌아서며 320조원대를 회복했다.

기술신용대출은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하는 기존의 대출 방식과 달리 지식재산권(IP) 및 기술려 같은 기업의 무형 자산을 담보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성격의 대출이다. 은행권은 혁신·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14년 7월부터 기술금융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별로 살펴보면 먼저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기준 46조2779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은 349억원으로 미미했으나 잔액 규모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KB국민은행에 밀려 기술신용대출 실적 2위 자리에 머물렀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1조4755억원으로 국민은행(41조5915억원)보다 1160억원 적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3000억원 이상 줄어들면서 주춤하는 사이 신한은행이 기술신용대출을 3600억원가량 확대하면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신한은행은 8개월째 실적 1위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5조2677억원으로 신한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잔액 규모는 신한은행보다 적지만 전월 대비 8443억원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액을 나타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간 기술신용대출 잔액 차이는 조금씩 좁혀지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국민은행보다 1조8196억원 앞서 있었으나 1월에는 두 은행 간 격차가 1조10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이 기술신용대출 실적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신용대출 잔액 규모 3위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은행도 기술금융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우리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3조614억원으로 전월 대비 8028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 역시 37조7313억원으로 전월 대비 583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퉈 기술신용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업대출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의 대출 영업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면서 은행권에서는 기술금융을 비롯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높아진 점도 기술금융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와 관련한 기술금융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기술금융은 은행 입장에서 혁신 기술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을 시작 단계에 지원함으로써 잠재적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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