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에 “천연 삼림욕 효과” 광고
공정위 2018년 3월 시정명령 및 과태료 3900만원 부과
항소심 “2011년 9월 표시행위 종료···5년 처분시한 경과”
대법 “판매·전시 계속됐다면 ‘위반 행위 종료’ 단정 못 해”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유해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대법원은 SK캐미칼 등이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생산·유통을 중단(2011년 9월)하고 제품 수거를 시작한 때부터 ‘부당한 표시행위가 종료됐다’고 단정하고, 이 사건 처분(2018년 3월)의 제척기간(5년)이 지났다고 본 원심판결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최근 SK케미칼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3월 SK케미칼 등이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천연성분의 산림욕 효과’ 등을 제품에 표시하고, 인체 안전과 관련된 정보들을 은폐·누락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9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사측은 공정위 처분이 제척기간이 지나 위법하다며 같은 해 4월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가습기살균제 제품 생산·유통이 종료된 2011년9월 이 사건 표시행위 또한 종료됐고, 5년의 제척기간보다 1년 반이 지난 2018년 3월 내려진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는데 필요한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된다며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표시광고법은 상품에 관한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사업자 등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해 상품의 용기 등에 부당한 표시를 했다면, 이와 같은 표시와 함께 해당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위반행위 시정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12년 이후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지속적으로 수거된 자료가 존재하는 점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2017년 3월, 10월에도 시중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거나 판매될 목적으로 진열됐다는 공정위의 제출 자료 등을 근거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사실상 유통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대법원은 표시행위 시정 조치가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인 2012년 6월22일 이후 완료됐다면 제척기간 규정이 준용(공정위 조사가 개시된 경우 5년, 개시되지 않은 경우 7년)되고, 표시행위 시정 조치가 2013년 3월19일 이후 완료됐다면 2018년 3월 공정위 처분은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제품의 판매 등이 법적으로 금지됐다는 사정만으로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완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은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부당한 표시행위로 초래될 수 있는 소비자 보호에 대한 침해 내용과 정도, 제품의 유통량과 유통방법, 수거 등 조치의 내용과 정도,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인식정도와 피해 회피 기대가능성 등을 객관적·합리적·종합적으로 고려해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언제 완료되었는지를 세밀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행위의 종료일,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 및 ‘조사개시일’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애경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