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GOS·파운드리 수율 논란 등으로 ‘사면초가’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품질 경영’을 강조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1위가 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4년 첫 휴대폰을 출시했지만, 불량률이 높아 시장에서 외면당하자 이듬해 15만대의 무선전화기를 불태운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은 그의 품질 제일 철학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그런 삼성전자가 품질 위기를 맞았다. 스마트폰 기본 애플리케이션인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의 성능 저하 논란과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GOS 논란에 대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GOS는 고사양 게임 실행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조절해 과도한 발열을 방지하는 앱인데, 애초에 ‘갤럭시S22’ 등 스마트폰 제품의 발열 제어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냉각 장치인 베이퍼 챔버의 크기를 줄이고 GOS를 통한 강제 조정을 선택한 방법이 화를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도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삼성전자는 GOS 비활성화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파운드리 수율 안정화 대책으로 라인 운영 최적화와 공정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추구하고 물량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주총장에서 GOS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이런 이슈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의 수습 노력에도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GOS 집단소송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는 8000명 이상이 가입했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3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GOS 기능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프리미엄과 중저가 부문에서 각각 애플과 중국업체들의 협공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파운드리 분야는 1위 업체인 TSMC가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 추격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품질을 높여 제품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의 품질 경영 정신을 돌아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