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결렬’···웹젠 노조, 로블록스에서 항의집회
“MZ세대의 노조, 쉽고 재미있게 참여 가능”
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오는 23일 2차 조정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웹젠의 임금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웹젠 노조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아바타 집회를 열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감염 위험을 피하는 동시에 메타버스가 익숙한 MZ세대 공감과 관심을 모으려는 시도다.
22일 웹젠 노조 ‘위드’에 따르면 2022년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시작했다. 사용자·노동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1차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오는 23일 2차 조정에 나선다.
1차 조정이 결렬되면서 웹젠 노조는 최근 로블록스에서 집회를 열었다. 젊은층으로 구성된 노조가 온라인집회 방식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택한 것이다. 웹젠 노조는 로블록스에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웹젠 사옥과 그 일대를 그대로 구현했다. 사옥 정문 양옆에는 경영진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걸었다.
로블록스 내 아바타들은 “계속되는 평균함정 통보말고 협상하라”, “직원대응 노조대응 한결같이 똑같구나”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구호를 제창하는 대신 채팅창에 구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또 팻말을 들고 웹젠이 위치한 판교디지털콘텐츠파크 B동 및 A동을 한바퀴 행진하는 등 오프라인과 같은 방식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의견을 주장했다.
웹젠 노조에 따르면 매주 목요일마다 로블록스 집회를 열 계획이며, 시위 방식도 점차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재 웹젠 노조만 로블록스 집회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한다. 또한, 단순 집회만 여는게 아니라 노동3권을 교육하는 등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웹젠을 비롯해 IT기업이 전면 재택 근무를 하는 점을 고려해 고려해 로블록스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에서 일을 마친 뒤 쉽게 시위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또 메타버스에서 소통하는 게 익숙한 MZ의 관심을 높이는 등 홍보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측했다.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 확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집회를 기획했다”며 “게임 개발자다보니 게임처럼 즐겁게 시위에 참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블록스 집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외부에 효과적으로 알리고, 구성원 및 일반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웹젠 노사는 지난해 12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7일까지 세 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이 커 결렬됐다. 회사는 ‘평균연봉 인상률 10%’를 제안했고, 노조는 ‘일괄 1000만원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노조는 한 발 물러나 회사 매출 및 업계 수준에 맞는 연봉 인상을 제안했다. 웹젠은 2020년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67%, 109% 증가하며 역대급 실적을 올린바 있다. 이어 2021년 매출은 3.2% 감소한 2847억원, 영업이익은 4.9% 감소한 1029억을 기록했다.
사측은 평균 10% 인상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며, 비슷한 규모의 게임사와 비교해 연봉이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평균의 함정’을 우려해 회사안을 거절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웹젠 관계자는 “프로젝트 단위별로 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적절히 배분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과 비슷한 규모의 게임업체와 비교했을 때 평균연봉이 낮은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