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규제 폐지될듯···농협은행도 굴레 벗을 전망
중소기업 대출 경쟁력 낮아···수익성 위해선 가계대출 늘려야

NH농협은행 서울 서대문 본사 전경 / 사진=NH농협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새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NH농협은행의 올해 사업 전망이 밝아지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해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인 가계대출 관련 규제완화를 오는 5월 새정부 출범 이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지역에 관계없이 LTV를 70%로 통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TV는 투기지역 여부, 매매가격, 주택 보유 수 등에 따라 20~70%까지 적용된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도 점쳐진다.

금융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총량규제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10월 "전형적인 문재인표 이념형 정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대선 이후 사실상 총량규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도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한 준비 중이다.  

총량 규제가 폐지되면 농협은행의 대출 성장전략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바 있다. 가계대출 영업이 사실상 전부 막히면서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과 비교해 1% 줄었다. 당시 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6%선으로 관리하라고 했지만 농협은행은 작년 7월 말에 이미 7%를 넘어섰다. 

관리 실패의 영향은 올해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각 은행에 배분할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가계대출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가에 따라 차등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작년 가계대출 중단까지 했던 농협은행이 대출 한도를 가장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차등배분에서 불이익을 보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이 집중적인 관리·감독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규제의 굴레를 벗어나면 지난해 당국의 계획을 지키지 못한 것도 오히려 이득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은행은 연초에 대출자산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한 해 이자수익을 늘리는데 유리하다. 1월에 대출을 내주면 남은 11개월 동안 이자를 받지만, 11월에 내주면 한 달 만 받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대출 규제완화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 위한 준비에 분주한 것은 상반기에 대출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라며 “지난해 농협은행이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수익 확보 측면에선 상반기에 대출을 크게 늘린 것이 오히려 유리했다는 평가가 있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은행보다 수익성에 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대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다른 은행보다 높지 않은 탓이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전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75조로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가장 적다. 원화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9%로 가장 낮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은 33~43%인 것과 비교해 최대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다. 

더구나 농협은행은 농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정책자금을 대규모로 제공하고 있는 점도 수익성 향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농업 지원 성격의 대출이기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정책자금 잔액은 약 27조원이다.  더구나 농협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커진 농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정책자금 금리를 0.3~1.0%포인트 내렸다. 이 정책을 작년 말에 추가로 1년 더 연장했다. 그 결과 작년 농협은행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했다. 

가계대출 영업에 제한이 사라지면 농협은행은 올해도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권 실적 전망은 더욱 밝아진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영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13.5% 급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 사업이 특별히 바뀌는 것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자료=NH농협은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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